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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지사들, 무관심 속 '쓸쓸한 노년'

입력 : 2009.08.13 10:35|수정 : 2009.08.13 10:35


"빼앗겼던 나라를 되찾고자 온갖 수모와 고충을 다 겪었는데 정작 내게 돌아온 것은 가난밖에 없습니다."

광복 64주년을 맞았지만, 조국을 위해 희생한 독립유공자들은 무관심과 가난 속에 쓸쓸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항일운동을 하다 옥고를 치른 최창모(86)옹은 광주시 동구의 허름한 판자촌에서 지체장애 2급인 부인과 함께 살면서 노환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국가로부터 매달 114만 원의 보상금과 10만 원 가량의 수당을 받고 있지만, 고령에다 몸까지 불편한 노부부는 생활을 유지하기가 벅차기만 하다.

최 옹은 13일 "목숨을 걸고 국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지만 돌아온 것은 60여 개의 표창과 훈장뿐"이라며 "8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거동조차 불편한 아내가 건강만 되찾을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고 말했다.

독립유공자의 후손 또한 '나는 유공자의 후손'이라는 자긍심이 아닌 가난이라는 굴레만을 넘겨받았다.

나주에서 여고를 다니면서 학생운동을 하다 옥고를 치른 이광춘(96) 여사의 다섯째 아들 윤운규(65)씨는 치매 증세로 요양병원에서 치료 중인 어머니를 6년째 돌보고 있다.

간병인을 고용하려면 월 160만 원 넘게 들어가기 때문에 국가에서 나오는 보상금 114만 원으로는 엄두도 못 낸다.

8형제가 힘을 합쳐 어머니를 돌봐왔지만 모두 살기가 빠듯한 현실에서 기약 없이 간병을 계속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나주시에 사는 윤씨는 "애국지사인 어머니를 둔 사실을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해왔다"며 "그러나 어머니가 왜 이렇게 힘들게 노년을 보내셔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12일 광주지방보훈청이 광주·전남 지역에 거주하는 독립유공자 239명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월 소득 200만 원 미만(4인 가족 기준)이 41가구(17%)이고 최저생계비 132만 원에도 못 미치는 생계곤란층도 8가구나 된다.

월 소득이 670만 원을 웃도는 상층은 30가구에 불과했으며 생활안정층(330만 원~670만 원)은 92가구, 생계유지층(164만 원~336만 원)은 109가구이다.

생계유지층과 생계곤란층은 소득 대부분을 연금에 의존하고 있어 독립유공자 본인이나 자녀, 유족이 사망하면 유공자의 손자, 손녀들은 가난을 대물림할 수밖에 없다는 게 광복회의 설명이다.

서훈별 월 연금액이 건국훈장, 건국포장, 대통령표창에 따라 본인은 75만~386만 원이지만 배우자는 41만~170만 원으로 줄어들고 자녀나 유족은 40만~148만 원으로 다시 줄어들며, 손자나 손녀에게는 생계곤란자에 한해 연금 대신 25만 원의 가계지원비만 지급된다.

광주·전남에 생존해 있는 유공자는 11명에 불과하며 배우자 23명, 자녀 121명, 며느리 8명, 손녀·손자 76명 등 후손들이 주로 보상금을 받고 있다.

광복회 광주·전남지부 관계자는 "앞으로 10년만 지나도 독립운동 1세대는 대부분 세상을 떠나게 된다"며 "항일투쟁을 했다는 이유로 평생 힘겹게 살아왔는데 이제는 무관심과 가난 속에 여생을 보내고 있으니 누가 국가를 위해 희생하려 하겠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광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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