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가족ㆍ입양가족 `사망신고'에 無籍者 신세
친가족과 입양가족에 의해 2번이나 사망신고돼 현재 '유령'의 신분으로 살아가는 30대 장애청년의 기구한 사연이 법원 내부게시판 을 통해 알려졌다.
한국의 가족관계등록부에서 완전히 사라지면서 졸지에 무적자(無籍者)로 전락한 지체장애 2급의 이 청년은 현재 힘겨운 '뿌리찾기' 소송을 진행 중이다.
9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성모(34)씨의 운명의 실타래는 32년 전 친아버지에 의해 버림받으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비정한 친아버지가 두 살배기 아기를 아내 몰래 광주광역시 터미널에 내다버린 것.
인근 파출소 직원에게 발견된 성씨는 입양 보호소로 보내졌다가 전남에 있는 손모 씨 집으로 입양됐다.
손씨는 막내아들이 사망하자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성씨를 입양해 죽은 막내의 본명과 주민등록번호를 그대로 갖고 살도록 했다.
그로부터 20년 뒤 성씨의 친아버지 집에 입대를 위한 신체검사 통지서가 날아들자 성씨 할아버지는 뒤늦게 손자의 사망신고를 했고, 이로써 성씨는 손씨의 막내로 완벽하게 둔갑했다.
그러나 성씨의 양아버지가 사망하면서 '불행의 씨앗'이 싹을 틔웠다.
양아버지의 자식들이 '친동생은 이미 숨졌다'며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던 막내의 사망신고를 뒤늦게 해버린 것.
친아버지와 입양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것도 모자라 자신의 본명과 차명마저 모두 잃어버리고 이 세상에서 아예 증발된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성씨는 다행히 아들을 애타게 찾던 친어머니인 박모씨와 극적으로 상봉, 최근 친아버지를 상대로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 소송을 전주지법에 냈다.
장애인인 성씨는 건강보험 혜택도 받지 못해 몸이 아프면 어머니가 대신 병원을 찾아 약을 받아오는 등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성씨의 딱한 사정을 들은 법무법인 로고스는 무료 변론에 나섰고, 성씨는 며칠 전 친아버지와 함께 친자확인을 위한 유전자 검사를 했다.
전주지법 담당 재판부는 사망상태인 성씨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하려면 소송보다는 가족관계등록 기록의 정정 신청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소송 취하를 권고한 상태다.
가족관계등록법 104조는 등록부 기록이 법률상 허용될 수 없거나 기재에 착오가 있으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등록부의 정정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108조는 판결을 통해서도 등록부를 정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로고스 조영종 변호사는 "신청을 통해 가족관계등록을 정정할지, 판결로 할지는 명확한 기준이 없으며, 대법원 판례는 신분관계에 명백한 변화가 있으면 판결을 통 해 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씨의 어머니 박씨는 "아들은 지금 서류상으론 살아 있지 않고 죽은 사람"이라며 "하루빨리 신분을 되찾아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죽은 자의 이름으로 살아야 했고, 죽지도 않은 자신은 죽은 것으로 돼 있는 성 씨의 서글픈 운명에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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