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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출귀몰 양주절도…알고보니 생활고 부자

입력 : 2009.08.03 11:25|수정 : 2009.08.03 11:26

2년간 강남 고급술집서 6천만 원 어치 훔쳐


지난달 6일 서울 강남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A씨는 아침에 출근했다가 망연자실했다. 밤사이 누군가가 가게에 침입해 700만 원 상당의 각종 양주를 싹쓸이해간 것.

지난해 부터 강남일대 고급주점 업주들 사이에서는 "강남 술집만 노려 양주를 훔쳐가는 절도범이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2∼4주에 한번 술집이 털리는데도 좀처럼 꼬리가 잡히지 않자 "폐쇄회로(CC) TV가 없는 곳만 골라서 다녔다더라.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헌터'이거나 범죄 조직이 관련돼 있을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러나 강남 술집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범인은 생활고에 시달리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나선 아버지와 아들로 밝혀졌다.

일정한 직업 없이 찜질방에서 생활하던 김모(56) 씨는 애초 형과 함께 고급 양주를 털어 생계를 이어가다 2007년 7월 형이 경찰에 붙잡히자, 이번에는 아들과 함께 범행을 재개했다.

부자(父子)는 2007년 5월부터 최근까지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에 절단기 등을 이용해 고급주점에 침입, 양주를 등산용 배낭에 담아 나오는 수법으로 21군데 술집에서 모두 6천700만 원 가량을 털었다. 훔친 양주만 해도 896병. 어떤 업소에서는 노래방 기계를 들고 나오는 대담함도 보였다.

하지만 부자의 절도행각은 지난달 27일 논현동의 한 주점에 침입했다가 가게로 돌아온 업주가 이들의 범행 장면을 목격함에 따라 결국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3일 김모(56) 씨와 아들을 특가법상 절도 혐의로 구속하고, 이들에게서 양주를 구입한 황모(58) 씨를 장물취득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양주를 판 돈 대부분은 찜질방 비용 등 생활비로 사용했다"며 "생계를 이어갈 방법이 없는 부자가 처분하기 쉬운 양주에 손을 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