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취재 파일에는 제 개인적인 견해가 들어가 있습니다. 기사 방향과는 무관합니다^^)
한 달 전...
주요 포탈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한국에 런칭한 '네이키드 뉴스 코리아'.
쭉쭉빵빵 앵커들의 사진과 함께 틴버전, 어덜트 버전 서비스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기 여념 없는 소개글들을 보면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과연 뉴스인가.
코 매일 뉴스 거리를 찾고 기사를 쓰고, 뉴스를 만드는 직업인으로서 '나만 뉴스를 만들어야 하고 남은 안된다'는 식의 속좁은 심보는 아니었습니다.
뉴스에 대한 생각이 달랐기 때문이죠.
적어도 저와 저의 선배기자들은, 그리고 앵커들은 딱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뉴스를 만듭니다.
"뉴스가 돋보이게, 소식이 主가 되게"
그래서 앵커들은 반짝 펄이 잔뜩 들어간 화장을 지양하고, 옷차림도 정갈하게, 기자 또한 현장이 돋보이고 기사가 살도록 갖은 애를 씁니다.
하지만 적어도 저는 네이키드 뉴스에서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 회사 측에서는 네이키드 뉴스를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 '새 소식이 궁금해서 접속한다'는 설문 통계 자료를 내세웠지만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저부터도 뉴스걸들이 언제 옷을 벗는지, 몸매는 어떤지 궁금해지는데 정말 소식이 알고 싶어서 돈을 내지 않아도 언제든 실시간으로 뉴스를 볼 수 있는 각종 서비스들을 두고, 그 사이트에 들어가는 걸까..등등의 이유였죠.
제가 고리타분한 것일수도 있지만, 죽음이나 성폭행, 연쇄살인 등의 충격적이고 누군가에게는 찢어지는 아픔이 되는 뉴스들을 벗으면서 진행한다는 것도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던 제가 오늘 네이키드 뉴스걸들의 기자회견에 가게 되었습니다.
이미 집기들은 모두 빼가고 홍보 서류와 명함들만 나뒹구는 폐허가 된 사무실에 사진으로 봤던 것과는 달리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을 한 수수한 모습의 뉴스걸들이 있었습니다.
한 시간이 넘도록 눈물로 호소하며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나온 내용을 정리해봤습니다.
1. 네이키드 뉴스 코리아는 '네이키드 뉴스'의 직영점이 아니다.
네이키드 뉴스는 캐나다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앵커들이 들고 나온 계약서와 각종 서류에는 '차우'그룹이라는 생소한 명칭이 등장합니다.
중국계 기업인 존 차우가 운영하는 부동산 기업 차우.
그렇다면 화제를 뿌렸던 런칭쇼 때 왔었던 네이키드 대표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네. 차우그룹이 로얄티를 주고 네이키드 뉴스라는 이름을 산 후, 대표를 초대했던 겁니다.
네이키드.com 홈페이지에서 각 나라 사이트로 연결되는 코너에 한국이 없었던 이유는 거기에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이름만 빌렸다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속은거죠.
2. 처음부터 사기? 생각보다 적은 매출탓?
네이키드 뉴스의 회원은 30만명에 육박합니다. 하지만 그 중에 돈을 내고 서비스를 보는 회원은 3만명에 불과, 한달 서비스 이용료는 만원 가량.
한 달 수익금을 계산하면 3만 * 10000 이니까 대략 3억이죠.
적지 않습니다만 방송 제작 비용, 인건비, 임대료 등등을 계산하면 결코 많은 돈은 아닙니다.
충분히 사업을 철수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죠.
그렇다해도 월급날 바로 전날까지 "회사가 어려우니 감봉에 동의해달라, 어려움을 같이 헤쳐나가자" 이야기하면서 한편으로는 모바일 지급 계좌명의를 네이키드 뉴스 코리아에서 차우그룹 대표로 바꿔놓고, 집기와 건물 보증금까지 뺀 차우그룹측의 행보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3. 진짜 피해자는 누구?
현재 뉴스걸은 한 달치 월급이, 그리고 방송 스탭과 직원들은 두 달치 월급이 밀려있는 상탭니다.
회사가 시작한 뒤로 아예 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야긴데요.
서비스는 이미 중단됐습니다.
3만 유료회원들에게 정상적으로 환불조치를 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합니다.
오늘 회견을 했던 뉴스걸들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받은 손가락질을 이길 수 있었던것은 아직 보수적인 한국사회에 획기적인 뉴스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자부심이었다"고..
쉽지 않은 길을 택했을 그들에게 남긴 상처를 대체 어찌하면 좋을까요.
(실제로 뉴스걸 중에는 평범한 회사원을 버리고 이 길을 택한 사람도 있습니다)
'알몸뉴스' '거침없는 뉴스' '걸침없는 뉴스'등 숱한 화제를 뿌렸던 네이키드 뉴스가 '빚 좋은 개살구'로 끝난 지금.
벗으면서 뉴스를 진행한다는 이야기에 들썩거렸던 사회에 대한 자조와 함께 회사를 일군 직원들에 대한 배려 없이 소득이 기대에 못 미치자 나 하나 살자고 줄행랑을 치는 일부 기업들의 행태에 대한 분노가 뒤섞입니다.
사실 요즘 경제가 좋지 않다보니 저희 사회부에 임금 체불 제보가 많이 옵니다.
일일이 뉴스화 하지 못해 아쉬운 부분도 많죠.
결국 네이키드 뉴스 문제도 정말 뉴스이냐 아니냐의 판단은 개인에게 맡기고 문을 닫는 회사의 뒷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봐야하지 않나..하는 생각인데요.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이자면 경찰이 이 사건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고 노동청에서도 조사 중이니 모두의 상처와 걱정이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빨리 해결되기를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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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07년에 입사한 SBS 사회2부의 새내기 최고운 기자는 늘 밝은 웃음으로 사건팀에서 '비타민'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험한 사건사고 현장을 누비면서도 인간적인 매력을 잃지 않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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