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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체력으론 남성도 하기 힘들다는 택시 운전.
좁은 공간에 장시간 앉아있다 보니 체력 소모와 극심한 피로도 때문에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런데 37년이란 긴 세월을 끄떡 없이 택시운전을 해 온 여성기사가 있다.
올해 예순일곱의 최인심 씨가 바로 그 주인공.
[우리도 힘들어서 쩔쩔매는데 저 연세에 난 도대체 어떻게 가능하신지 궁금해 죽겠어요.]
그녀의 택시가 특별한 이유는 단지 여성 운전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랑을 싣고 전국 방방곡곡을 달리기 때문이다.
나눔 전도사로 제2의 인생을 사는 그녀의 특별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오후 2시, 최인심 씨가 출근 준비로 분주하다.
150cm의 자그마한 키에 마른 몸매.
그리고 곱게 빗어 넘긴 백발은 영락없는 이웃집 할머니 모습이지만, 제복으로 갈아입자 180도 변신한다.
오후 2시 출근, 새벽 2시 퇴근.
오늘도 그녀는 12시간의 정처없는 여행길에 오른다.
[최인심/택시 운전자 : 손님 차에 모시는 데로 그냥 동서남북으로 다 다니죠.]
그녀의 보물 1호, 지난해 새로 뽑은 이 차는 그녀의 5번째 애마다.
인생의 고락을 함께해 온 택시, 이에 대한 그녀의 애정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최인심/택시 운전자 : 택시가 집이고 직장이고 또 제가 결혼을 안 했으니까 남편이고 자식이고….]
손님을 맞는 인사는 항상 힘이 넘친다.
[최인심/택시 운전자 : 오늘 날씨가 너무 더워서 (실내가) 시원하죠?]
[김택근/승객,서울 종로구 : 네, 너무 날씨가 좋은 거 같아요. 비 오고 나서요. 언제부터 하셨어요?]
[최인심/택시 운전자 : 72년도부터요.]
[김택근/승객,서울 종로구 : 저 태어날 때 했네요.]
[김택근/승객,서울 종로구 : 너무 연세도 많으신데 너무 대단하신 거 같아요. 여자 분이라서 저도 탔을 때 놀랐습니다.]
전남 영광 출신인 최 할머니는 열여섯 나이에 무작정 상경했다.
어려운 시절, 시골에서 입 하나라도 덜기 위해서였다.
안 해본 일없이 이것저것 다 하다 지난 1972년 운전대를 처음 잡았다.
산업화의 절정을 향해 치닫던 1970년대만 해도 택시 운전은 유망 직종이었다.
[최인심/택시 운전자 : 가방 끈이 짧아도 완전 기술을 배워가지고 기술직이 있으니까 직장이 완전하니까 그게 떳떳하고.]
하지만 여자가 택시 운전을 한다는 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최인심/택시 운전자 : 차들이 가다가 여자면 일부러 뒤 밀고 가요. 놀라게 하고. 그러면 너무 너무 놀래서 진짜.]
차분한 성격의 그녀는 지난 1980년 종로에서 딱 1명 뿐인 여성 모범운전자로 선정됐다.
이는 그녀 인생에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됐다.
모범 운전자 신분으로 교통정리와 거리질서 캠페인 봉사를 시작하면서 남을 위한 봉사의 가치가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최인심/택시 운전자 : 길에 나가서 손짓 발짓 다 하고 차가 많이 밀리면 도중에 차도 한 줄 더 세워서 차 빼주고 그래요.]
이렇게 맺은 봉사활동은 또 다른 봉사로 이어졌다.
시각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의 발을 자처한 것이다.
[김부봉/시각장애인 : 우리 시각장애인들한테는 아주 발이 되어주시고 또 손이 이렇게 해주시니까 굉장히 고맙죠.]
그녀가 밤낮으로 열심히 달려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150만 원 가량.
그리 넉넉지 않은 살림이지만, 봉사와 기부를 멈출 수 없다.
삶의 활력소이자 기쁨이기 때문이다.
[최인심/택시 운전자 : 태어나 가지고 세상사는 보람이죠. 세상사는 보람.]
그래서 틈만 나면 자기보다 어려운 이웃을 먼저 찾는다.
[이명숙/노인복지센터 : 쌀도 사다주고 반찬거리도 사다주고 여기 없는 살림 다 책임지고 잘 해줘요.]
[장석태/노인복지센터 : 한 식구같이 지내고 있어요. 대한민국에서 우리 최 기사 같은 사람 없어.]
이름만큼이나 후한 인심으로 살아온 최인심 씨.
그녀의 택시는 오늘도 변함없는 사랑을 싣고 어려운 이웃을 찾아 달린다.
[최인심/택시 운전자 : 운전하고 가면 앞이 열렸잖아요. 그러니까 앞이 열려있다는 그 마음으로, 마음도 앞이 열렸다는 자세로 너그럽게 마음을 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