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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이중 노림수'

김지성

입력 : 2009.07.21 21:55|수정 : 2009.07.21 21:56

'천성관 개인 정보' 유출자 조사 일단락


21일 검찰이 이른바 '천성관 개인 정보' 유출자에 대한 조사를 일단락 지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지난 13일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천 후보자 부인의 면세점 구매 내역 등을 폭로했고, 이는 천 후보자의 낙마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검찰은 곧바로 면세점 구매 내역 등을 박 의원측에 유출한 사람이 누구인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혀, '보복 수사 아니냐'는 반발을 불러 왔습니다. 

먼저, 검찰이 내세운 '일단락' 이유는 '검찰이 수사하기보다 정보가 유출된 기관에서 자체 조사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서울중앙지검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국가기관에서 관리하는 개인 사생활 정보가 불법으로 유출됐다는 제보가 있어 필요한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그 결과 경위 파악이 어느정도 됐다"면서 "하지만 사안의 성격상 해당기관에서 철저히 감찰 조사 등을 통해 진상규명을 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해당기관이 이미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검찰은 그동안 확인한 자료를 해당기관에 넘기고, 해당기관 조사에 협조하기로 했다고도 했습니다. 여기서 해당기관은 관세청 등을 말합니다.

최종 수사기관인 검찰이 다른 기관의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입니다. 게다가 검찰이 조사를 진행하던 사안을 다시 해당기관에 넘기는 사례 또한 찾아보기 힘듭니다. 다만, 수사를 마친 뒤 사안이 경미한 경우 기소를 하지 않고 해당기관에 징계를 통보한 일은 가끔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전날인 20일까지만 해도 이번 사안은 '중범죄'라고 못박았습니다. '국가기관이 관리하는 개인 정보가 새나간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국가에 정보 관리를 맡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나아가, '빅 브라더(big brother)'를 언급하면서 '국가 기능의 구멍난 곳을 보수하는 게 검찰의 직분'이라고 강변했습니다.

'사안의 성격상 검찰이 조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에서 갑자기 '해당기관이 조사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셈입니다.

두 명제 사이의 '논리 공백'이 작지 않습니다.

이를 의식한 듯, 검찰은 "해당기관에서 자체 조사를 한 뒤 위법 사실이 발견돼 고발이나 수사 의뢰가 이뤄지면 본격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검찰이 처음부터 해당기관의 자체 조사 결과를 지켜보는 게 옳은 수순이 아니었는지', '검찰이 유출자를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서둘러 언론에 확인해 준 까닭은 무엇인지'와 같은 의문 부호가 여전히 따라붙습니다.

검찰이 '천성관 개인 정보' 유출자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밝혔을 때, 검찰 안팎에서는 많은 궁금증이 제기됐습니다. 물론, 언론이 먼저 보도하고 검찰이 이를 확인해 주는 형식이었지만, (검찰 말대로) '아직 내사에 들어가지도 않은 사안'을 이번처럼 언론에 '맞다'라고 확인해 준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정치권의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또, 조사에 착수한 배경에 대해서도 '검찰이 자체적으로 제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라고만 밝힌 뒤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언론은 일제히 의혹을 쏟아 냈습니다. '검찰이 천 후보자의 낙마에 따른 보복을 하려는 것 아니냐', '후임 검찰총장 인사와 대대적인 정부 개각을 앞두고 이번과 같은 '결정적인 내부 제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엄포용 아니냐', '청와대나 국정원 등에서 조사를 지시한 것 아니냐' 등이었습니다. '지금 검찰이 제보자 색출에 나설 때냐', '오히려 철저한 인사 검증에 검찰이 앞장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책도 있었습니다. 검찰의 아군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이번 검찰의 '수사 일단락'이 '소나기 비난 여론을 피하면서, 동시에 정식 고발이 들어오면 수사에 나서겠다는 수사 명분 쌓기용'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편집자주] 2003년 신문기자로 시작해 2007년 SBS에 입사한 김지성 기자는 사회2부 법조팀에서 검찰 출입기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뚝심있고 끈질긴 기자정신으로 현장을 누비는 김 기자는 정치부에서도 활약했으며, 2003년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숨겨놓은 비자금'과 관련한 특종보도로 큰 반향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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