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딸을 데리고 있다. 살리고 싶으면 돈을 부쳐라."
아침부터 이런 전화를 받는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결혼도 안한 저도 온 몸에 소름이 끼치는데, 자녀를 가진 부모님들은 두말 할 것 없겠지요.
지난 10일 아침, 서울 시내 한 중학교의 학부모들이 단체로 이런 협박전화를 받았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학교 아이들이 단체로 납치를 당하기라도 한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납치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요즘 종종 등장하는 '자녀납치' 사기전화였던 겁니다. 아이들이 무사하다니 우선은 다행, 또 다행입니다. 하지만 전화를 받고 마음을 졸였을 부모님들 생각에 범인이 누군지 괘씸하기 짝이 없습니다.
사실, 보이스피싱 자체는 요즘 빈번히 발생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한 학교 학부모들이 단체로 '테러'를 당했다는 점에서 특이합니다. 학교 관계자 말로는 그날 종일 학교로 걸려온 문의 전화만 100여 통이었다는군요.
세. 상. 에.
정확한 피해자 수는 파악되고 있지 않지만, 학교 관계자 말대로라면 이 학교 학부모 100여 명이 대부분 오전 시간에 동시 다발적으로 협박 전화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문의전화가 어찌나 폭주했던지 학교 측은 납치는 사실 무근이라며 학부모들에게 보이스 피싱에 주의하라는 안내 문자까지 보내기에 이르렀지요.
과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온 게 아니라서 추측해보는 수밖에 없지만 범인이 학생들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겠죠? 전화를 하자마자 대뜸 "00네 집이죠? 00네 아버지 되십니까?"라는 얘기부터 꺼냈다고 하니 그럴 수 밖에요.
학부모들의 생각도 저와 다르지 않아서 학교 측에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학교 측은 연락망이 저장된 사이트가 해킹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해명만으로 유야무야 넘어갈 수는 없죠. 해당 경찰서에서는 이제 막 사건을 접수받고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일단 학교 측에서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하겠다는 건데요. 조만간 사건 경위가 빨리 파악됐으면 좋겠습니다. 관련 소식이 나오면 또 빠르게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참, 취재 중에 알게된 사실인데요. 통상 자녀를 납치했다는 협박전화는 은행 업무시간에 걸려오는 경우가 많답니다. 돈을 송금시키기 위해서라는데요. 혹시라도 자녀를 납치했다는 전화가 걸려오면 먼저 학교에 자녀의 안전을 확인하시고, 경찰에 신고하세요.
'에이. 누가 당하겠어'하지만, 생각보다 쉽게 속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전화는 한통도 안 받아보는 게 제일 좋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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