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플라이트(감독: 야구치 시노부, 주연: 아야세 하루카, 다나베 세이치, 전체관람가)
[워터 보이즈]와 [스윙 걸즈], 보이와 걸을 오가며 아기자기한 솜씨로 사랑스럽고 귀여운 영화를 선보였던 야구치 시노부 감독이 이번에는 비행기로 눈길을 돌렸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항공사 사람들과 대형 여객기가 주인공이죠. 보다 복잡해진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별 무리 없이 조직해 내더군요.
기장 승격을 앞두고 자격시험 비행을 앞둔 부기장 스즈키(다나베 세이치)는 엄격한 기장이자 평가위원 하라다와 함께 호놀룰루행 비행을 준비합니다. 잔뜩 긴장한 스즈키는 해서는 안 될 실수를 연발하고 게다가 이륙할 때는 '버드 스트라이크'를 만나지 않나, 비행 중에는 태풍까지 몰려옵니다. 조종실이 이렇게 돌아갈 때 객실에서는 국제선은 처음 타는 초보 승무원 에츠코(아야세 하루카)가 실수 연발 퍼레이드를 벌입니다. 이들은 과연 무사히 비행을 마칠 수 있을까요?
이 영화의 첫 번째 장점은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입니다. 특수한 직업을 드라마나 영화에서 써먹을 때 그 분야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의 배경뿐 아니라 영화 전개의 중요한 포인트도 전부 비행과 비행기를 둘러싼 규칙과 관습을 벗어나지 않아 보기에 편안합니다. (저도 2년간 공항출입기자를 해봐서 이 분야는 좀 안다면 압니다.^^;)
주인공을 비롯해 관제사, 지상근무직원, 조류퇴치요원, 정비사 등 비행과 관련한 거의 모든 직종이 다 등장합니다. 각각의 인물들이 단순 조연이 아니라 영화 전개에 중요한 역할들을 한두 가지씩 하며 들고나는데 보는 재미가 괜찮습니다. 이런 다양한 인물들이 각각 개성이 뚜렷하고 무엇보다 모두 다 사랑스럽게 그려집니다.
하지만 비행기 영화 촬영의 가장 큰 전제조건인 항공사 협조가 가장 핵심적이었을 텐데, 스폰서의 요구가 강해 눈치를 너무 많이 봤나요. 어떻게 보면 재미있게 잘 만든 항공사 홍보물 냄새가 납니다. 거꾸로 말하면 별 생각없이 타는 비행기가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이륙하고 착륙하는지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거죠. 영화에서 발생하는 모든 장애나 어려움은 결국 극복될 것 같다는 절대적 낙관주의도 극적 긴장을 떨어뜨립니다. 팀장 스튜어디스가 괴팍한 승객을 감동시키는 장면의 억지 감동 모드나 지상 근무 직원의 수하물 처리 에피소드 등이 그렇더군요.
그런 면에서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의 생동감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앞서 말씀드린 사랑스러운 캐릭터들과 영화 전편에 흐르는 따뜻한 기운 때문에 추천해드려도 별 무리가 없는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 우리 주인공 에츠코가 비행 초반 갤리(기내식, 음료 보관 장소)에서 벌어지는 선배 승무원들의 필사적인 행동을 목격하는 장면 정말 귀엽더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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