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DDoS때문에 온라인 공간이 발칵 뒤집어졌었죠. 준 컴맹인 저는 '좀비 컴퓨터'라는 말도 생경해, 관련 기사를 보면서 나름 열심히 공부 중입니다. 이번 일을 보면서, 일반인이 이해하기엔 IT 분야는 역시나 어렵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얼마 전 취재한 노인정의 IPTV 보급사업 역시 비슷했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젊은 사람들도 어려워하는 정보 통신 분야인데, 어르신들이 IPTV를 이해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겠지요.
사건 내용은 이렇습니다.
전국 노인정을 회원으로 관리하는 대한 노인회라는 곳이 있는데요. 이 곳에서 노인정을 첨단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면서 IPTV업체의 영업대행업체와 계약을 맺고 42인치 디지털 TV 보급을 추진했었답니다.
사실, 취지는 좋았습니다.
전국 노인정에 하나의 인터넷 회선이 깔리면 그 업체에서 제공하는 CUG 서비스를 받을 수 있거든요. (CUG 서비스는 TV를 가진 특정 사용자들이 공유하는 채널 서비스입니다.) 쉽게 말해 각 노인정에 노인회 전문 채널이 들어온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어르신들에게 인터넷 회선이 깔리는 과정은 충분히 숙지시키지 않고 '노인정 TV가 대형으로 바뀐다'고만 홍보를 한데서 시작됩니다.
어르신들은 인터넷이 깔리고 비용이 청구될 수 있다는 걸 잘 모르신거죠. 한 어르신은 "TV가 바뀐다니까 어디서 좋은 일하는 건가보다 했지"라고 하시더군요.
업체 쪽에서는 지자체 지원금을 받아서 제대로 추진하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개운치 않습니다.
여튼 사업이 추진된지 반년이 넘었는데 TV가 깔린 곳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IPTV 사전작업인 인터넷 회선은 제대로 깔렸지요. 사업이 문제가 있었다면, 요금이 부과될 인터넷선 작업도 사전에 중단했어야하지 않을까요.
통신 지원비는 받지도 못했고, 결국 인터넷 요금은 어르신들 앞으로 부과됐습니다. 요금은 안 내도 되는 줄로 믿었던 어르신들은 목이 빠져라 TV만 기다리고 계셨고...
그렇게 6개월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어르신 중 한분은 어느날 갑자기 날아온 채권추심 주의 통보에 깜짝 놀라셨다고 하더군요. 당연히 그렇겠죠. 쓴 적도 없는 요금이 20만 원이나 나온데다, 벌써 반년이나 연체가 됐다고 하니까요. 금액자체도 적지 않고요.
옛말대로, 아시다시피 핑계없는 무덤이란 없나봅니다.
노인회는 이제와서 업체의 잘못이라며, 해당 업체는 노인회에서 전달을 잘못한 것 같다며, 요금을 수령하는 IPTV 업체는 본사 차원의 일이 아니니 어쩔수 없다며.
각각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당사자들은 이렇게 내 탓만 하지 말라고 하나같이 목소리를 높입니다. 물론... 누구 하나의 탓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하나 정말 어르신들을 위했다고 할 순 있을지 의문입니다.
정말 어르신들을 위한 사업이었다면, 이런 문제까지 발생했을지...
취재 중 만난 어르신의 말이 귓가를 맴돕니다.
"노인네들이 인터넷을 뭘 알아야지... 우린 그냥 해준다는 대로 가는 거지..뭐..."
이런 분들의 발등을 찍어서야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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