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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人귀'

최고운

입력 : 2009.07.13 10:42|수정 : 2009.08.06 10:50


아침을 먹고, 조간을 뒤적이며 기자실에 앉아 있던 지난 주.

살아있는 부처처럼 생기신 강력3팀장님과 형사과장님이 갑자기 기자실에 들어왔습니다.

기자들 사이에 얘기되는(기사쓸 만한 사건들을 많이 하는) 팀이라 기자들이 노트북을 열며 받아적을 준비를 마쳤을 즈음. 팀장님이 입을 열었습니다.

"이거.. 너무 엽기적이라.. 자료를 내긴 내지만서도 기사를 쓸 수 있을지.."

기자들이 물었습니다.

"혐의가 뭔가요?"

다시 팀장님, 멋쩍게 대답합니다.

"혐의는 강도예비인데.. 자기 양쪽 귀를 잘라 먹은 거라서.. 거참.."

일순간 기자들이 술렁입니다.

"귀를 잘라 먹었다는거야? 지가 고흐야? 뭐야. 왜 잘라 먹었어?" 등등.

하지만 사건 자초지종을 듣고 서야 기자들은 정말로 자신의 양쪽 귀를 잘라먹었다는 걸 이해했습니다.

승적은 없지만 승복을 입고 승려 생활을 해온 42살 박 모 씨는(나이와 성은 바꿨슴돠) 평소 손님이 줄을 잇는 강남의 한정식집을 지나다 그 집에서 돈을 얻고 싶어졌습니다.

그리하여

7월 2일 : 오후 두시쯤 자신의 집에서 뜨겁게 달군 칼로 오른쪽 귀를 잘랐죠. 잘린 귀는 ...먹어버렸습니다 ㅠㅠ 그리고는 붕대를 감고 다음날을 기다렸습니다.

7월 3일 : 그 한식당을 찾아갔습니다.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했죠. 용건은 이랬습니다.

"이 식당이 잘 되는 것은, 덕을 쌓은 조상의 혼이 내게 있기 때문이다. 절을 하나 지어달라."

당연히 말도 안되는 요구라고 생각한 식당측은 단호히 거절을 했고 박 씨를 돌려보냈습니다. 그러나 박 씨는 집에 가서도 자신이 돈을 얻지 못한게 납득이 되지 않았는지,

7월 4일 : 다시 그 한식당을 찾아갔습니다. 손님들이 모두 앉아서 맛있는 찌개와 고기를 먹고 있는 그 식당 한복판에서

"사장을 만나겠다" 다시 소란을 피우던 박씨는 자신의 터무니없는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주머니에서 다시 칼을 꺼내 자신의 남아있던 한 쪽 귀를 마저 잘랐습니다.

그리고.. 역시..

손님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먹어버렸죠..

손님들은 혼비백산 밥을 먹다 말고 뛰쳐나갔고, 출동한 경찰과 한참 실랑이를 벌인 끝에.박 씨는 잡혀왔습니다.

경찰서에 와서도 박 씨는 "귀를 자른 것은 신의 계시였다" "자른 귀를 먹은 것은 '아까운 살을 버릴 수 없어서였다'" 등등의 말로 경찰들을 놀래켰는데요.

하필 공교롭게도 귀를 처음 자른 날 피가 많이나 박 씨 본인이 놀라 갔던 병원의 담당 의사와 경찰이 출동한 날 데리고 갔던 병원의 의사가 동일인이라.. 그 의사도 황당해 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 식당에 CCTV가 있었지만 도저히 귀를 잘라서 먹어버렸다고 기사를 쓸 수 없어 킬 됐는데요. 수많은 살인 사건과 강도 등의 강력 사건 많이 봤지만, 제게는 양쪽 귀를 잘라먹어 귓볼 조금밖에 남지 않은 이 사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정말 사건기자 하면서 별의 별 걸 다 본다는 느낌이 드네요.

  [편집자주] 2007년에 입사한 SBS 사회2부의 새내기 최고운 기자는 늘 밝은 웃음으로 사건팀에서 '비타민'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험한 사건사고 현장을 누비면서도 인간적인 매력을 잃지 않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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