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중순, 같은 교도소에서 지내다 열흘 간격으로 출소한 45세 동갑내기 김모씨와 박모씨는 '한탕'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위조수표로 코스닥 업체를 인수한다는 계획을 짠 이들은 사채업자에게 100억원 권과 150억원권 위조수표 2장을 구했다.
범죄 대상을 물색하던 6월 초 이들은 코스닥에 상장한 S사를 인수하려던 K씨와 접촉, 공동인수를 제안했고 마침 자금이 부족했던 K씨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김씨와 박씨는 100억원권 위조수표를 한 법무법인에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하고 받은 인수대금 보관 확인서를 근거로 6월17일 S사를 160억원에 인수한다는 계약에 성공했다.
S사가 인수 중도금 5억원을 달라고 요구하자 이들은 법무법인에 150억원권 위조 수표를 예치하고 이를 담보로 K씨가 6월26일 지인에게 10억원을 빌릴 수 있게 했다.
ARS(자동응답시스템) 전화로 수표 발행은행에 수표의 진위를 확인하는 점에 대비, 차명으로 ARS까지 개설한 이들은 K씨가 보는 앞에서 스피커폰을 켜놓고 자신이 미리 준비한 ARS 번호로 전화를 걸어 허위로 수표 확인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간 큰' 범행은 오래가지 않았다.
금융 관련 공사에 근무한 경력이 있었던 K씨는 이들이 수표를 확인한 ARS 번호가 자신이 알던 해당 은행의 번호와 다르고 ARS 전화가 잘 연결되지 않는 점을 수상히 여겼던 것.
그가 의문을 제기하자 이들은 휴대전화를 받는 척하면서 밖으로 나간 뒤 그대로 도주했다.
K씨는 이들이 수표를 맡긴 법무법인에 "수표를 은행에 확인해 보라"고 연락했고 위조수표임이 드러나자 이 법무법인은 검찰에 제보했으며 김씨 등은 감방에서 나온지 두 달만인 지난달 7일 체포됐다.
확인 결과 이들이 사용한 100억원권 수표는 200만원짜리, 150억원권은 15만원짜리 수표를 액면가만 지우고 위조한 것이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안태근 부장검사)는 지난 10일 김씨와 박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위조유가증권행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12일 "이들은 출소하자마자 서울 강남에 컨설팅회사 사무실을 차리고 고급 호텔에 장기투숙하며 재미교포 재력가로 행세했다"며 "박씨는 체포된 당일까지도 인수 계약을 맺으면서 계약서에 미국인이라고 적기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이 다른 변호사 명의의 인수대금 보관증명서를 갖고 있던 점에 비춰 다른 사기 행각을 벌였을 것으로 보고 추가 수사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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