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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청산가리 '공포' 순천서 재연되나

입력 : 2009.07.12 09:14


전남 순천에서 '청산가리 막걸리'를 마시고  농촌 할머니들이 숨진 지 7일째를 맞은 가운데 이 사건이 3달 전 충남 보령에서  발생 한 '청산가리 의문사'와 흡사한 점이 많아 주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두 사건은 극소량만 섭취해도 곧바로 목숨을 잃는 청산가리가 사망원인이었고  피해자들은 한 마을에서 서로 알고 지내던 노인들인데다 범인이 마을 내부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보령 청소면 성골마을 주민 3명은 지난 4월 29일 오후 11시부터 약 12시간 만에 차례로 숨졌다.

이들은 모두 70~80대 노인들로 다른 주민 50여명과 단체관광을 가서 설렁탕  등 을 함께 먹고 귀가했다가 갑자기 쓰려져 숨지거나 숨진 채 발견됐다.

별다른 원한관계가 드러나지 않은 평범한 노인들이 한꺼번에 숨지자 처음에는 '우연의 일치'일 가능성도 점쳐졌으나 부검결과 모두 위 속에서 청산가리가 검출되자 마을은 순식간에 충격에 휩싸였다.

여기에다 경찰이 사건 전후 마을을 방문한 외지인이 없었다는 점 등을 미뤄  범인을 마을 내부자로 추정하자 주민들은 서로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왕래를 끊는 등 마을에는 흉흉한 기운마저 돌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 같은 불행한 상황이 순천 황전면 A마을에서도 재연될 기미가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순천 황전면 천변에서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를 마시고  할머니  2명이 숨지고 2명이 병원에 입원했지만 증거부족으로 경찰수사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보령 사건과 마찬가지로 수사의 초첨은 마을 내부로 향해 있다.

피해자들이 마신 문제의 막걸리는 가장 먼저 숨진 최모(59.여)씨가 A마을  자택에서 가져온 것인데 최씨의 남편은 "누군가가 집 마당에 두고 간 막걸리를 아내가  일터로 가져갔다"고 진술했다.

평소에도 주민들의 농사일을 도와주면서 막걸리를 선물로 받은 적이 있어 별의심 없이 마당에 있는 막걸리를 집안에 들여놓았다는 것이다.

남편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범인은 최씨 부부가 마당에 있는 막걸리 병을 의심하지 않고 먹는다는 사실을 잘 아는 내부자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때문에 순천경찰서는 7개팀 35명을 투입해 마을 117가구 280여명 전부에 대해 당일 새벽 시간 최씨 집을 배회한 사람을 봤는지 등을 탐문중이다.

그러나 시골 노인들은 수십 년간 얼굴을 봐 온 이웃사촌이란 사실 때문에 경찰 수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보통이어서 주민대상 수사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탐문 수사가 힘이 들어 최근 마을회의에 참가해 '주민들이 한마디라도 더 해주셔야 수사에 도움이 되고 불안한 상태를 하루빨리 해결할 수 있다'며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만약 사건이 장기화되면 "우리 중에 누가 범일일까" "누가 또 독극물을 음식에 타지는 않을까"라는 의심과 불신이 가중되면서 보령 성골마을과 마찬가지로 이마을도 조용하게 '공포'에 빠져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마을주민 A씨는 12일 "경찰이 돌아다니면서 막걸리병에 대해 묻고 다니는데  마을주민들은 벌써부터 술을 자제하는 분위기"라며 "좁은 동네에서 서로를 의심하고  무서워하게 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순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