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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 노선과 관련한 생소한 말들이 많이 나옵니다. 사회 통합을 위한 근원적 처방, 중도실용 노선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대통령이 이와 같은 용어들을 직접 언급하는 동안 정부는 몇 가지 정책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쏟아 놓는 말들이 단순한 '말의 성찬'일 뿐인지, 아니면 정책의 기조가 바뀌고 있는지를 분석하여 보여주는 언론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지난 6일 SBS 뉴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자신의 아호를 딴 '재단법인 청계'에 331억 원 가량의 재산을 출연한다고 합니다. 기금을 운용할 '청계'에는 이 대통령의 사위와 측근들이 이사로 참여합니다. 이날 뉴스는 재산 기부에 대한 정치적 해석은 말아 달라는 청와대 쪽의 요구도 전했습니다. 현직 국가 원수의 재산 기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는 청와대의 설명과 이 돈을 가난하지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돕는데 써 달라는 이 대통령의 부탁, 그리고 재산 기부를 결심한 것에 대해 그가 스스로 밝힌 심경만을 보도해 달라는 주문입니다. 정치인의 행위에 대해 정치적 해석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가타부타 토를 달지 말라는 이야기로도 들립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재산 기부는 그의 정책과는 상관없는 개인의 선행이 아니라 중요한 정치적 행위입니다. 당연히 정치적 해석이 뒤따라야 한다는 말입니다.
뉴스는 시청자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함께 판단근거가 되는 자료들을 충실히 제시할 책무를 갖습니다. 이 대통령이 재산 기부를 통해 도달하려고 하는 정치적 목표, 이 목표와 그가 한 말들, 그리고 말과 그의 정책과의 관계를 말해주는 자료들입니다. SBS 뉴스가 이 대통령의 재산 기부를 대통령 스스로 밝힌 근원적 처방과 맥을 함께한다고 해석한 것은 분석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미흡한 뉴스가 됩니다. 이 대통령의 재산 기부는 그에 대해 줄기차게 제기되어 온 '진정성 의혹'을 해소함으로써 근원적 처방의 길을 평탄케 하자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재산 대부분을 내놓는 어려운 결단을 하면서 왜 이 결단의 효과를 극대화 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분석이 따라야 합니다. 전직 대통령들이나 그 가족들이 관련된, 일해재단, 정수장학회 등을 비롯한 기존의 여러 재단들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을 그가 왜 굳이 재단 출연 쪽으로 가닥을 잡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재산 기부 발표와 근원적 처방, 그리고 중도실용 노선. 이들은 이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반전시키려는 카드라는 점에서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뉴스가 다음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은 이와 같이 동일한 목표아래 진행된 이 대통령의 움직임과 정부가 내놓는 구체적인 정책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가를 밝히는 것입니다.
SBS 뉴스는 이 대통령의 중도 실용 천명과 골목시장 방문이 서민과 중산층의 돌아선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승부수라고 해석했습니다. 뉴스는 중도실용이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정책과 연결돼 지속성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했습니다. 하지만 뉴스는 요즘 쏟아지고 있는 정책들이 근원적 처방이나 중도 실용과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일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난 7일 뉴스는 정부가 지난 2002년까지 부과하던 전세금에 대한 소득세 부과를 9년 만에 부활시킬 방침이라고 보도하면서 이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강하게 반영했습니다.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엉뚱한데서 보충하려 하지 말고 차라리 양도세 등을 다시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전했습니다. 여기서 뉴스는 부유층이 대상인 종합부동산세는 내려준 상태 그대로 두고, 서민과 중산층이 대상인 전세에 대한 세금을 새로 부과하는 정책이 돌아 선 서민과 중산층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중도 실용과는 방향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어야 합니다.
논란이라는 말은 관행적으로 부정적인 뜻을 갖습니다. 그런데 뉴스에서 논란이라는 말이 남발되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지난 7일 SBS 뉴스는 정부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협상에서 그동안 금지돼온, 저농축 우라늄 생산과 핵연료 재활용의 허용을 요구할 것이지만, 미국 측은 아직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협상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발전소 원자로에 사용되는 원료인 저농축 우라늄을 모두 수입하고 있지만, 자체 생산하면 경제적 이익이 크다는 정부의 설명을 전했습니다. 뉴스는 이 문제에 대한 한미 두 나라의 의견차가 워낙 커서 거센 논란이 예상된다고 전망했습니다. 앞뒤 맥락을 통해 SBS 뉴스는 저농축 우라늄 생산과 핵연료 재활용은 국익을 위해 필요한데, 미국이 지나치게 제한을 가하고 있다는 관점을 드러냈습니다.
우리가 원전에 쓰이는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고 핵연료를 재활용하는 문제에 대한 입장은 서로 다를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뉴스가 사용하는 용어는 관점에 따라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논란'은 우리가 괜한 주장을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표현입니다. 그것은 SBS 뉴스의 의도와는 다를 것입니다. 따라서 이럴 때는 '논란'보다는 '난항'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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