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화요일에 모 일간지에 '롱다리 암에 잘 걸린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A 대학과 B 대학병원이 건강보험공단에 올라 있는 78만 여명의 암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였다. 기사 내용을 보면 키가 5cm 클 때마다 남자는 5%, 여자는 7% 암이 더 발생한다고 했다.
다음은 기사내용의 일부이다 .
== 연구팀은 남녀를 키에 따라 네 그룹으로 나눈 뒤 키가 가장 작은 그룹(남성 164.5㎝ 이하, 여성 151㎝ 이하)의 암 발생 위험을 기준으로 키가 큰 그룹들의 상대적인 암 발생 위험을 산출했다. 남자 폐암의 경우 169.5㎝ 남자가 164.5㎝에 비해 폐암 발생 위험이 7% 높고, 174.5㎝ 남자는 15% 정도 높다는 뜻이다. 남자는 위·췌장암, 여자는 위·직장·자궁암이 키와 상관관계가 없었다.
암중에서 키가 클수록 발생 위험이 가장 커지는 암은 남녀 모두 갑상선 암이었다.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도 키에 비례해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암으로 드러났다.==
기사는 해당 연구 교수의 인터뷰를 담았으며, 이 연구 결과는 미국역학회지에 실렸다고 했다.
이 기사를 본 부장이 즉시 전화했다. 기사가치가 있어 보이니, 취재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맞다. 키 큰 사람이 암에 잘 걸린다니! 그 동안 키크기 위해 얼마나 발버둥 쳤었나?
소화 안돼고 조금만 많이 마셔도 설사를 했던 우유를 약처럼 들이켰고, 점프하면 키큰다는 소리에 '쌕쌕이(한번에 두번 뛰는 것)' 줄넘기를 달을 보면서 하지 않았던가?
또 어떤이는 병원에 성장호르몬을 맞으러 다녔고, 요즘 아이들은 키크는 운동을 수백만원 들여서 하고, 키크는 신발까지 신고 다니고 있지 아니한가?
(물론 키크는 운동과 키크는 신발이 실제 키를 크게한다는 건 별개의 문제지만, 참고로 키크는 운동이 근거 없다는 기사는 이미 나왔고, 키크는 신발에 대해서는 취재 중이다. 하지만 이 또한 과학적 근거가 매우 빈약하다는 소아 정형외과 교수들의 소견은 이미 확보한 상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일련의 행동들이 암에 잘 걸리게 되는 , 담배를 피운다든가 , 탄음식을 먹는다든 가 하는 해악한 일일 수도 있을 뿐더러 키 큰 사람은 암의 고위험군이 되는 것이다.
일단 나도 폐암과 갑상선암에 걸릴 확률이 15% 이상 증가했다.
우선 논문의 저자인 B 대학병원 교수에게 자문 및 인터뷰 요청을 했다. 곧 바로 답이 왔다.
'롱다리 암'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하지 않겠다는 답이었다.
이번에 A대학 교수에게 자문 및 인터뷰 요청을 했다.
"회의 중" 이라며 나중에 전화하겠다고 했다. 그가 전화를 기피하는 것 같아 그가 근무하는 대학에 찾아가 회의가 끝나고, 또 그 후 강의가 끝나는 것 까지기다렸다. 하지만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이해 하기 힘든 행동이었다. 연구는 논문에 실렸고, 할말은 이미 다했다는 뜻인가? 국민들이 그 기사를 보고 궁금해 하든 걱정하든 ,상관할 일이 아니란 말인가?
지식인이라고 해서 그리고 대학교수라고 해서 존경받을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연구에 대한 사회적 파장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책임감은 있기를 바랬다.
하는 수 없이 국립암센터에 찾아갔다.
의료계는 남의 일에 참견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자 일종의 신앙처럼 받들어지는 사회라는 걸 잘 알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궁금증이 해결되었다. 또 운이 좋게도 '이진수 원장님'(국내 폐암의 최고 권위자 )을 뵈었던 것도 많은 도움이 됐다.
해당 논문을 국립암센터 보건통계를 담당하시는 A 박사님과 이진수 원장님과 함께 꼼꼼히 분석했다. 그리고 논문에서 사실로 받아들여 질 수 있는 부분과 한계로 받아들여 질 수 있는 많은 부분을 가렸고, 결국 이진수 원장님의 조언대로 "롱다리 암'에 대해서는 기사화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사실로 받아들여 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명확한 연구가 진행된 뒤 기사화 할 예정이다.
off the record를 전제로 했으니까 시시콜콜히 그 논문에 대해 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키가 크다는 이유하나로 암에 걸릴까 노심초사하는 국민들을 위해서 이진수 원장님의 말은 전해야 겠다.
"잘 먹고 잘 크는 게 훨씬 좋아요"
나중에는 서울대학교 혈액종양내과 허대석 교수와도 연락되었다.
역시 "잘 먹고 잘 크는 게 좋다"는 입장이었고, 그 기사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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