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3일 미디어법 관련 4자회담 수용 카드를 꺼내들었다.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른 후폭풍을 차단, 국면을 전환하면서 꽉 막힌 개원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해 보자는 다중포석인 셈이다.
민주당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책위의장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간사로 이뤄진 4자회담을 통해 미디어법 문제를 풀자"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8일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제안에 화답하는 형식이었다.
진정성을 살린다는 취지에서 별도의 전제조건도 달지 않았다. 박병석 정책위의장이 "모든 것을 열어놓고 논의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그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민주당이 닷새만에 전격 수용의사를 밝힌데는 고흥길 문방위원장이 지난 1일 "이번 회기내에 합의처리하겠다"며 `합의처리'라는 표현을 쓴 게 실마리가 됐다.
당 관계자는 "표결처리 강행을 위한 수순이라는 의구심을 감출 수는 없지만 `합의처리'라는 언급 자체는 진전이 있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합의처리'하자고 한 만큼 우리도 한번 대화를 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타협은 없다"고 배수진을 쳤던 민주당이 대화 쪽으로 선회한데는 무엇보다 정국 이슈의 무게중심을 비정규직법에서 미디어법으로 옮겨 당 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 미디어법에 전선을 집중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법 문제가 계속 정국의 중심에 부상할 경우 비정규직 해고사태에 대한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는 정부여당의 프레임에 갇혀 수세에 몰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 핵심관계자는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 문제로 전선이 분산돼선 안된다"며 "이제는 비정규직법 문제는 털고 미디어법 문제에 올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협상 테이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통해 국회를 장기간 파행시키고 있다는 여론의 부담을 일정부분 해소하면서 한나라당의 직권상정 명분 축적 움직임에 제동을 걸겠다는 계산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한나라당의 일방처리 가능성에 대비, 문방위 전체회의를 실력저지해 왔지만 이러한 물리력 행사가 오히려 한나라당에게 직권상정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적지 않았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4자회담을 통해 출구가 보이지 않는 등원 문제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도 점쳐진다. 원내 관계자는 "개원문제를 푸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민주당이 인사청문회 참여 결정에 이어 미디어법 4자 회담 제안을 수용한 것을 두고 등원 수순밟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핵심쟁점인 신문.대기업의 방송 소유 부분에 대해서는 양보 불가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다 합의처리가 안되면 9월 국회로 넘기자는 주장이어서 민주당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민주당은 대통령 사과 등 5대 개원 조건은 미디어법 문제와 별개라는 입장이어서 개원 전망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