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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사, 해외겸용 남발로 국부 유출

입력 : 2009.07.01 10:44

비자·마스터에 사용료, 연간 1천억원


신용카드사들이 국제카드(해외겸용) 발급을 남발해 연간 1천억 원 이상의 사용료를 비자와 마스터 등 국제 브랜드사에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들은 소비자들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해외겸용 카드를 출시할 때 연회비가 싼 국내전용 카드 신청도 가능하도록 하라는 감독당국의 권고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카드사들이 국내전용 카드 발급을 기피하는 동안 해외겸용 카드를 소지한 소비자들이 내는 상대적으로 비싼 연회비는 국제 브랜드사의 배를 불리고 있다.

◇카드사 비자·마스터 수수료 '퍼주기'

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2005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국내 카드사들이 국제 브랜드사인 비자·마스터에 지불한 사용료(수수료)는 2천907억 원에 달한다.

국내 카드사들이 국제 네트워크를 갖춘 비자나 마스터와 제휴해 해외겸용 카드를 출시하면 해외는 물론 국내 결제금액에 대한 수수료와 카드 발급 및 유지 수수료를 내야 한다.

2005년에 481억 원이던 해외겸용 카드 수수료는 2006년 583억 원, 2007년 743억 원, 2008년 1천100억 원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외 카드결제 금액이 매년 증가세를 보이는 데다 국제 브랜드사가 해외 및 국내 사용액 수수료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해외겸용 카드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는 비자카드는 2007년 해외 사용액에 적용되는 수수료율을 0.03%에서 0.2%로 대폭 인상했고 올해 4월부터는 국내 이용액 수수료율 할인혜택을 폐지해 일괄적으로 0.04%의 요율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 카드사들이 결제 및 가맹점망을 보유한 국내 사용액에 대한 수수료까지 국제 브랜드사에 지급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05년부터 작년까지 카드사들이 비자와 마스터에 지불한 국내 사용액에 대한 수수료는 2천228억 원으로 전체 수수료의 76.6%에 달한다.

◇무분별한 해외겸용 카드 발급이 문제

카드사들이 국제 브랜사에 막대한 수수료를 지불하는 이유는 무분별하게 해외겸용 카드를 발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발급된 9천177만장의 카드 중 78.4%인 7천195만장이 해외겸용 카드로 불필요한 발급이 많았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가 국제 브랜사에 지불하는 수수료의 대부분은 국내 사용액에 대한 것으로 해외사용액 수수료는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이는 불필요한 해외겸용 카드 발급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무분별한 해외겸용 카드 발급을 막으려고 2005년부터 카드사가 신제품을 출시할 때 해외겸용 카드와 함께 국내전용 카드를 만들도록 권고하고 있다.

작년 말에는 카드사에 보낸 공문을 통해 "국내전용 카드를 운영하지 않아 국내전용 카드만 사용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며 "가능한 카드상품별로 국내전용카드를 발급, 운영해 소비자의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하라"고 지도했다.

금감원은 올해 4월에도 카드사 임원을 소집해 국내전용 카드 발급을 독려하기도 했다.

◇카드사 국내전용 카드 역차별

그러나 아직도 카드사의 주력상품 중에는 국내전용 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신한·삼성·현대·롯데 등 4개 전업 카드사의 회원 수 상위 10개 상품의 국내전용 카드 가입 여부를 조사한 결과, 총 40개 상품 중 12개 상품은 국내전용을 선택할 수 없었다.

주력 상품 10개 중 삼성카드는 5개, 롯데카드는 4개, 신한카드는 2개, 현대카드 1개 상품에서 국내전용 카드를 운영하지 않았다.

일반 상품 이외 부가서비스가 풍부한 플래티넘 혹은 VIP 카드는 대체로 해외겸용 상품만 있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국제 브랜드사와의 제휴계약 때문에 불가피하게 국내전용 카드를 만들지 못하는 상품이 있다고 주장하나 실상은 충성도 높은 고객을 지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러 회사 카드를 보유한 소비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자기회사 상품이 국내전용이면 다른 회사의 해외겸용 카드 상품에 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해외겸용 카드 발급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같은 상품이라도 해외겸용 카드는 국내전용 카드에 비해 연회비가 5천 원 정도 비싸다.

이로 인해 해외겸용 카드를 소지한 소비자들이 연간 지급하는 추가 연회비는 1천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결국, 카드사가 국제 브랜드사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소비자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제 브랜드사에 필요 이상으로 지급하는 수수료로 인해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무조건 국내전용 카드를 상품을 내도록 하고 해외겸용 카드를 별도로 선택하도록 하는 내용의 제도개선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