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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경쟁이 낳은 환경친화 레미콘

이한석

입력 : 2009.06.30 21:49|수정 : 2009.06.3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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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적으로 레미콘 업체가 701군데에 공장은 800여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대단한 수치죠.

이 중 3개 업체가 레미콘 시장 점유율이 14%,  698개의 업체들이 얼마나 피 터지는 경쟁을 하고 있을 지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90년대 초반 분당,화성 신도시를 비롯해 200만호 주택을 건설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와 함께 건설경비 붐이 일어나면서 레미콘 업체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91년 400여개 남짓했던 레미콘 업체가 5년 사이에 600개로 늘어났으니까요.

대부분 중소업체 들입니다.

그만큼 자본력도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업체들은 시공업체에 레미콘을 팔아 남긴 돈으로 공장을 돌리고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많이 남는 장사인지 적게 남는 장사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든 매출을 만들어 공장을 돌리는 것이 중요할 수 밖에 없죠.

문제는 수백개에 달하는 업체가 한정된 시공사에 물건을 대기 위해 경쟁하다 보니 자연스레 출혈경쟁이 생기게 됐다는 겁니다.

심지어 정말 손해를 보더라도 납품을 따내는 것이 목적이 돼 버렸습니다.

시공업체 입장에선 흐뭇한 일입니다.

가장 낮은 가격의 레미콘을 선택하면 되니까요.

그러다보니 2000년대 들어서 10년 사이 공산품 가격은 3배 가까이 오르는 동안 레미콘 가격이 점차 낮아지는 기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해마다 일정 부분 상승하는 물가 상승률이 있지만 레미콘 업계에서는 출혈 경쟁으로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단가를 유지하게 됩니다.

그래도 공장은 살아야 겠고... 레미콘에 시멘트 비율을 조금 바꾸기 시작합니다.

KS 규격에 맞는 비율의 시멘트를 맞춰 공급하는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비싼 시멘트 비율을 줄이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는 레미콘의 황금배율을 찾기 시작한 겁니다.

이른바 황금배율 레미콘을 만들어 공급하던 업체들이 최근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습니다.

적발된 이유는 건설업체와 약정한 배합비율을 무시한 채 시멘트 함량을 줄이거나 값이 싼 혼화재나 골재를 섞은 레미콘을 공급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안전성에 문제가 없어 사기 등의 혐의로만 처벌했습니다.

이에 대해 레미콘 업체 측은 시멘트 대신 포함시킨 혼화재는 시멘트 찌꺼기를 재활용하거나 저탄소 녹색성장에 걸맞는 환경친화적인 재료라고 해명합니다.

검찰도 이들의 주장에 일정 부분 동의합니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다보니 KS 규격을 뛰어넘은 친환경 레미콘을 탄생시킨 레미콘 업체들.

안전하다면야 이런 업체들의 노력과 실험정신이 왜 나쁘겠습니까?

시멘트를 덜 섞어 남은 돈을 이윤으로 챙긴 업체들이 잘못이 있다는 건데 로열티 정도로 생각하면 오버인가요?

  [편집자주] 활발하고 저돌적인 취재로 사회2부 법조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한석 기자는 2005년 SBS 공채로 보도국에 입사했습니다. 사건기자 시절에는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일산 초등생 엘리베이터 폭행 사건을 팀원들과 함께 특종 취재해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