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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상정' 고심 깊어지는 김형오 의장

입력 : 2009.06.30 16:21|수정 : 2009.06.30 23:23


김형오 국회의장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나라당은 여야간 비정규직법 합의가 끝내 불발될 경우 김 의장의 직권상정을 공식 요청해 놓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법 처리의 `열쇠'를 본의 아니게 김 의장이 쥐게 된 셈이다.

하지만 김 의장의 결단은 쉽지 않아 보인다. 비정규직법 개정의 시급성은 인식하더라도 직권상정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하기 위해서는 제반 여건이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 의장이 직권상정을 선택, 한나라당에 의한 비정규직법 단독 처리가 이뤄질 경우 국회 파행은 명약관화하다. 그리고 그 여파는 6월 임시국회는 물론 정기국회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국회운영을 책임지는 국회의장으로서는 파국으로 향하는 '티켓'을 발행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은 법안을 직권상정하는데 대한 부담도 있어 보인다.

동시에 김 의장으로서는 미디어법과 함께 4월 임시국회에서 미처리된 법안들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한나라당내에서는 미디어법 직권상정 처리 목소리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김 의장은 30일 오후 한승수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고민스럽다"며 심경을 토로하면서 "어떤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절대적 여론이 형성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 입장은 여야가 협상을 통해 최악의 상태를 막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접점이 가능한지 두고 보자"며 직권상정에 대한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비정규직법 처리의 절박성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직권상정을 선택하기는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라며 "국회의장은 지금도 계속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직권상정이 관행처럼 되풀이되는데 대한 강한 반감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연말연초 국회, 2월 임시국회, 4월 임시국회 등 최근 매 임시국회마다 쟁점법안에 대한 국회의장 직권상정 요구가 있어왔다.

여야간 정치력 부재 등으로 풀리지 않는 난제를 김 의장에게 떠넘기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

한 정치권 관계자는 "모든 문제를 직권상정으로 풀면 정치는 도대체 왜 존재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