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김 할머니 존엄사 과정 '문제없다'", "본질은 말기환자가 존엄하게 임종하는 것"
"존엄사의 본질은 말기 환자가 임종을 존엄하고 품위있게 맞도록 하자는 것이지, 연명치료를 중단한 환자가 왜 당장 임종을 맞지 않느냐는 것은 아닙니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와 윤영호 국립암센터 기획조정실장,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장 등 국내 존엄사 권위자 3명은 연합뉴스와 가진 각각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존엄사 논란이 본질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허대석 교수는 '존엄사'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이 존엄사 당사자인 김모(77) 할머니가 인공호흡기를 뗀 이후에도 '왜 임종을 맞지 않느냐'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존엄사의 원래 취지를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또 법원의 판결로 시작된 존엄사 진행과정에는 문제가 없으며, 자연스런 과정이라는 입장도 내비쳤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고윤석 교수와 윤영호 실장도 같은 의견이었다.
허 교수는 "인공호흡기를 떼는 방식의 존엄사를 시행한 후 환자가 예상보다 오랫동안 생존하는 것은 전혀 잘못된 게 아니다"라며 "환자에게 또 다른 고통을 줬던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후 어떤 이유에서든 환자가 편해졌다면 그게 바로 존엄사가 지향하는 바"라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존엄사를 가족이나 의료진이 아닌 환자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만약 법원이 연명치료 중단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면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쓸쓸히 임종을 맞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법원이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추정해 인공호흡기를 뗌으로써 환자는 가족들의 손길을 느끼면서 서서히 임종과정에 접어들 수 있게 됐고, 여기에 존엄사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윤석 교수도 존엄사를 시행하게 되면 이번 할머니의 경우처럼 예상치 못한 의외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연명치료를 중단한 뒤 환자의 생사 여부가 과도하게 주목을 받는 것은 법원의 판결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현재 상황으로 볼 때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따라 존엄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판결의 정당성과 생사 여부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고 교수는 "오히려 환자가 인공호흡기를 떼고 나서 연명을 계속하는 것은 환자의 회생가능성에 대한 의료진의 판단이 100% 정확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 측면이 있다"면서 "앞으로 존엄사를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예측 불가능한 부분이 좀 더 고려돼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김 할머니의 몸 상태에 대해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후 몸에 필요한 산소량을 스스로의 호흡능력으로 감당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생명이 연장될 수 있다"면서 "이 환자의 경우에는 의료진이 자발적인 호흡능력 여부를 가늠할 때 아마도 '경계역' 선상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추론했다.
윤영호 실장은 이번 환자의 경우처럼 본질과 관련없는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는 하루속히 의료계 전체가 함께 모여 존엄사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이런 합의에 사회 각층의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실장은 "김 할머니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개별사건에 한정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법원의 판결 취지와 존엄사의 본래 의미에 벗어나는 소모적인 논쟁은 하루속히 종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존엄사의 진정한 의미는 연명치료를 중단한 후 실제로 이 환자가 존엄하게 사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며 "완벽한 예측이 불확실한 현 의료의 현실을 인정하고, 의료진과 가족, 언론이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환자가 품위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노력해야만 진정한 존엄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설명 : 허대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윤영호 국립암센터 기획조정실장,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장>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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