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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으로 사라진 '쥐띠, 올해는 나의 해'

정유미

입력 : 2009.06.25 15:50|수정 : 2009.06.30 17:27

미방의 아픔 (2)


이 아픈 경험은 지난 2007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8년 새해를 맞기 이삼일 전쯤, 저는 2008년 쥐띠 해를 맞아 2008년 1월1일 8시 뉴스에 방송 예정인 '쥐띠, 올해는 나의 해'란 제목의 리포트를 하란 지시를 받았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쥐띠들의 소망을 들어보는 리포트죠.

일단 리포트에 시간상 4명의 쥐띠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고 방송 취지에 잘 맞는 사람들을 섭외하기 시작했습니다. 밝게 맞아야 할 새해이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그 속에서 희망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었기에...

제가 섭외한 사람은 이렇습니다.

1) 60년생 이랜드 비정규직 조합원 아주머니

→마트에서 일하고 계시다가 졸지에 직장을 잃고 거리에서 투쟁을 하고 계신 아주머니. 평생 생각지도 않았던 거리투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신 아주머니의 소망은 당연히,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는 것이었씁니다.

2) 72년생 스포츠스타 전주원 선수

→ 최고의 여자농구 스타, 20대 선수들에 밀리지 않는 변함없는 에너지로 활약하고 있었습니다. 올해는 더 나은 모습으로 코트를 누비겠다는, 역시 전 선수다운 씩씩한 포부를 밝혔습니다.

3) 84년생 남자 대학생 남준 씨

→ 군대에서 제대한 뒤 취업준비노선에 뛰어든 남준 씨는 취업하기 힘들다는 소식들이 자꾸 신경쓰이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래도 꿋꿋이 준비해서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겠다는게 남준 씨 새해 계획이었습니다.

4) 96년생 남자 초등학교 6학년생 경만이

→ 경만이는 방학인데도 미술학원, 영어공부 등으로 매우 바빴습니다. 새해에는 영어공부 더 열심히하고 동생이랑도 안싸우고 부모님 말씀 잘 들어서  전교 1등도 하겠다는게 경만이의 소망. 제가 6학년 때 밝힌 소망과 크게 차이는 없는 듯 ^^

이틀동안 이 네 분을 만나뵙고, 이분들의 생활을 취재하면서 참 행복했습니다. 정말 사는 이야기, 힘들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희망을 찾는 그 모습이 어쩜 그렇게 다 아름답게 느껴지던지요. 그래서 참 행복한 마음으로 방송을 만들었습니다.

드디어 1월 1일, 방송시간을 네분께 다 알려드리고 저도 그분들과 마찬가지로 조금은 설레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방송을 기다렸습니다.

휴일인만큼 조금 일찍 퇴근해 다행히 8시 뉴스를 처음부터 볼 수 있었습니다.

뉴스가 하나하나 지나가고 시간이 지나가는데 어째 제 뉴스는 나오지 않더군요.

"어? 어? 설마... 설마..."

이게 웬일입니까. 어여쁜 기상캐스터께서 날씨를 전해주시는 순간, 제 불안함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실망감으로 바뀌었죠.

저와 영상기자 선배 등 함께 발품을 팔며 다녔던게 아까운 마음이 없다면 물론 거짓말이겠지만, 그보다도 정말 TV앞에서 자신이 나오길 기다리며 방송을 보고있었을 네 분들,특히 TV출연에 한껏 흥분됐던 경만이 생각에 괜히 눈물이 났습니다.

한 10분정도 괜히 훌쩍거리다 진정을 하고 네 분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저도 너무나 기다렸는데 나오지 않아서 실망스럽다며 죄송하다고, 도와주셔서 감사했다는 말을 전했죠. 괜찮다고 하는 그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실망감이란...

그로부터 1년하고도 반이 지났습니다.

귀중한 시간 내주시면서 저희 방송을 도와주셨던 아름답던 그 분들, 그 때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고 계실거라 믿습니다.

그때 그 기억을 적어보는 것으로 죄송스러움과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편집자주] 활기찬 모습과 적극적인 취재로 SBS 사회부 사건팀의 분위기를 이끄는 정유미 기자는 2006년에 SBS 공채로 입사했습니다. 앳된 모습이지만 각종 사건.사고의 현장을 거침없이 누비며 보도국의 신세대 핵심전력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