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선거를 둘러싸고 이란과 영국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영국은 반정부 시위를 강경진압하는 이란 정부를 맹비난하고 있고, 이란은 이를 내정간섭이라고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양국간 갈등은 지난 19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테헤란대학 연설 이후 증폭됐다.
하메네이는 시민들의 시위 중단을 요구하면서 "서방 국가들이 이슬람 공화국 체제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하고 있으며 가장 사악한 나라는 영국"이라고 맹비난했다.
대선 이후 부정선거 의혹을 끊임 없이 제기해 온 영국 언론과 이란 정부의 강경진압에 우려를 표명해 온 영국 정부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영국 정부는 이에 런던 주재 이란 대리대사를 소환해 항의했고 이란 외교부는 22일 영국을 비롯한 자국 주재 5개국 대사를 불러 시위 사태와 관련해 적대적인 발언을 중단할 것을 요구, 양국간 외교 마찰이 본격화됐다.
영국 정부는 급기야 이란 주재 자국 대사관 직원의 가족을 22일 본국으로 철수시키기 시작했고 영국인들의 이란 여행을 사실상 금지했다.
영국 외무부 대변인은 "대통령 선거이후 이란에서 진행중인 폭력사태로 대사관 직원 가족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고 있다"고 철수 배경을 설명했다.
23일에는 이란이 영국 외교관을 추방키로 하자 영국도 이란 외교관을 맞추방키로 하는 등 양국 갈등은 극에 달했다.
이란측은 영국 외교관 2명이 스파이 행위를 했다며 추방명령을 내렸고 영국은 이란의 이런 방침이 아무런 근거도 없는 것이라며 역시 이란 외교관 2명을 추방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이에 대해 영국과 외교관계를 낮은 수준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올해초 BBC가 페르시아어 TV 서비스를 시작하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으며 지난 21일 BBC의 특파원을 추방하기도 했다.
AP통신은 이를 두고 이란의 '거대한 사탄'이 미국에서 영국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란은 자국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미국을 '거대한 사탄'이라고 불러 왔다.
이슬람 화해 정책을 펼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란 사태에 강력한 비판을 주저하고 있는 사이 영국이 이란의 새로운 '주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란의 반영(反英)감정은 반미감정보다 더 뿌리가 깊다.
이란은 19세기 중엽 영국의 침략으로 1857년 파리조약에 따라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땅을 빼앗긴 이후 영국의 경제 침탈로 인해 자발적인 근대화의 기회를 놓쳤다.
영국은 1919년에는 이란을 사실상 영국의 보호령 아래 두는 조약을 체결, 이란의 반영감정은 극에 달했다.
마이클 윌리엄스 런던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AP통신을 통해 "영국이 이란을 식민지배했다는 사실 때문에 더 쉽게 타깃이 되는 것 같다"고 밝혔고 옥스퍼드대학의 후샹 아미라마디 교수는 "일부 이란인들은 이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영국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바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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