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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ping Tom - 가짜 '투시안경' 소동

한승환

입력 : 2009.06.24 12:08|수정 : 2009.06.30 17:29


11세기 잉글랜드 코벤트리 지방의 전설입니다.

옷을 입지 않은채 말을 타고 영지를 돌면 농노들에게 부과하는 과중한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영주 레오프릭 백작의 농담에 그의 아내 고디바는 실제로 행동에 옮깁니다.

백작 부인의 마음 씀씀이에 마을 주민들은 문을 모두 걸어 잠그는 것으로 예의를 표했지만, 유독 재단사 톰만 커튼 틈새로 백작 부인을 엿보다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에 눈이 멀었다는 내용인데요,

그 뒤로 'Peeping Tom' 이란 말은 훔쳐보기 즉, 관음증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한동안 보도국 기자들에게 사람의 알몸을 볼 수 있다는 투시안경 광고 스팸메일이 날아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생겼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이미 스팸메일이 올 때부터 보도국에선 안경이 가짜일 것이라 생각하고 판매자를 직접 만나 그 안경을 사 본 뒤 검증하려 했지만 번번이 먼저 돈을 보내면 택배로 보내겠다는 말만 듣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인쇄매체에서 기사화가 되면서 때를 놓치게 됐는데요, 경찰이 수사에 나선지 일주일만에 잡힌 국내 판매업자를 찾아가보니 역시나 투시안경은 본 적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그 짧은 기간에 투시안경을 사겠노라며 55만 원이나 되는 돈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선뜻 건넨 사람이 모두 13명이나 됐다는 겁니다.

워낙에 투시안경이 '뜨거운 감자'가 되자 한 매체에서는 홈페이지에 나온 중국 공장 주소를 찾아가서 투시안경은 없다는 확인 아닌 확인을 해야만 하기도 했고요. 취재를 끝내고, 투시안경 사기 피의자 검거 리포트를 끝내고 나서도 기분이 썩 개운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아마도 1천 년 동안이나 다른 사람 훔쳐보면 천벌받는다고 알려주는데도 투시안경으로 다른 사람 맨살을 훔쳐보려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겠죠. (절대 투시안경 없다고 실망해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ㅋ)

  [편집자주] 한승환 기자는 2007년 SBS에 입사해 이제 막 취재를 시작한 새내기 기자입니다. 호리호리 마른 인상이지만 누구보다 뜨겁게 취재하고 싶다는 소망을 가슴에 품고 오늘도 각종 사건사고 현장에서 발로 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