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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결국 정부의 고집을 관철시키다

강선우

입력 : 2009.06.23 22:04|수정 : 2009.06.30 17:31

소비자는 뒷전


실손보험이라는 게 있습니다. 언론에 자주 나오는 말이지만 사실 너무 어려워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죠. 병에 걸린 사람이 입원을 했는데 치료비가 1백만 원이 나올 수도 있고 5백만 원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치료비가 얼마든지 간에 치료비 나온만큼 보장해주는 것이 실손형 보험입니다.

반대로 암보험 처럼 암에 걸리면 무조건 1천만 원, 3천만 원 이런식으로 보장해주는 것은 정액형 보험이죠.

정부(여기서 말하는 정부는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를 말합니다)가 이 실손형 보험에 메스를 댄 것입니다. 엄청난 여론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관철시켰죠.  보장한도를 100%에서 90%로 낮추고 통원치료비도 본인 부담을 늘렸죠.

구체적인 변경 내용이야 신문이나 인터넷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정부가 왜 환자의 부담을 늘리려고 하느냐는 것입니다. 정부의 논리는 실손형 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합니다.

예를들어 병원비가 총 1천만 원이 나왔고 건강보험이 5백만 원을 보장해줍니다.

그리고 손해보험사에서 팔고 있는 실손형 보험 가입자의 경우 나머지 5백만 원을 실손형 보험에서 전부 보장해줍니다.  결국 환자는 입원치료비의 한푼도 부담하지 않게 되는 만큼 환자들은 별로 아프지 않아도 병원신세를 지려한다는 것이죠.

이런 도덕적해이가 건강보험의 재정악화로 이어진다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사실 보건복지부에서 2007년에 KDI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는 다릅니다.

실손보험, 즉 민간의료보험의 보장이 100%이기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악화로 이어진다는 논리적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소급적용 문제도 있습니다. 정부는 신규 계약자에게만 새로 바뀐 룰이 적용된다는 것인데요. 3년 또는 5년이 지나 자동갱신할 때는 변경된 시행령에 따라 새 약관이 적용되기 때문에 사실상 소급적용이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손해보험사의 실손형 보험과 달리 생명보험사 가운데 빅3인 삼성, 교보, 대생 세 회사는 80% 보장한도의 실손형 보험을 팔고 있습니다.

당연히 오래동안 전문적으로 팔아오고 보장도 100%나 되는 손보사들에게 경쟁에서 밀리고 있었는데 90%로 낮추는 것을 환영하고 있죠.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결국 손보업계와 생보업계의 이해관계도 작용한 것이니 만큼 실제 소비자의 부담이 늘건 정부나 업계는 신경쓰지 않고 있는 셈입니다.

 

[편집자주] SBS 보도국의 '마당발' 강선우 기자는 1994년 공채로 입사한 이후 주로 경제분야 취재 현장에서 발군의 취재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폭넓은 인맥과 '두주불사'의 넉넉함으로 선.후배 동료들에게 인기가 많은 강 기자는 현재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을 출입하며 금융팀 1진 기자로 활약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