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이 신임 검찰총장으로 내정된 지 하루 만에 가진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 천 내정자는 평소의 소신을 막힘 없이 술술 털어놓았습니다. 이 가운데 상당부분은 '공안(公安)'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중 일부.
문 : '공안'에 포인트를 두는데...
답 : 늘 하는 말씀인데 사실 검찰이 법질서 확립하는 게 기본 임무이다 보니까 국민을 편하게 하려면 공공의 안녕이 지켜질 수 밖에 없죠. 공안부 검사만 공안이 아니고 검찰에 몸담은 사람이 다 공공의 안녕에 대해 기본적인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 : 같은 검찰인데도 정부가 바뀌면서 인권보다 공공의 안녕을 너무 중요시한다는 여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 : 공공의 안녕이 국민의 인권보다 더 중시된 적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쟁 상황이라면 모를까, 둘 다 소중한 개념으로 국가기관이 다뤄왔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개별적인 사안에서 인권이 침해된 사례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한쪽이 강조되고 한쪽이 덜 강조되는 경우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그렇고 공공의 안녕이 잘 보장돼야 인권도 잘 보장됩니다. 강도가 맨날 날뛰면 인권이 잘 보장 안 되지 않습니까, 사회에서 도둑이나 강도가 많아서 느끼는 불안도 있다. 어떤 사건에서 실체적 진실과 인권이 소중한 것처럼 공공의 안녕과 인권이 소중하게 같이 다뤄져야 합니다.
애초 기자 간담회가 비보도를 전제로 진행됐고(하지만 나중에 천 내정자의 동의를 얻어 기자단에서 보도하기로 결정),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마련된 자리라는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이전 검찰총장 내정자들이 '아직 인사청문회가 남아 있다'는 이유로 극도로 말을 아꼈던 것과 비교하면 분명 큰 차이가 납니다.
어떻게 보면 천 내정자의 말은 '공안'과 '인권'을 모두 강조한 원론적인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절제된 검찰권 행사와 인권 존중'(김종빈 검찰총장), '국민을 위한 검찰'(정상명 검찰총장), '절제와 품격'(임채진 검찰총장) 등 과거 검찰총장들의 복무방침이나 취임 슬로건과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공안'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천 내정자의 이력에서 그 배경을 찾을 수 있습니다.
천 내정자는 수원지검 공안부장(97.03~98.03), 부산지검 공안부장(~99.06), 대검 공안1과장(~00.07), 서울지검 공안2부장(~01.06), 서울지검 공안1부장(~02.02), 대검 공안기획관(~03.03)을 내리 지낼 정도로 검찰내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꼽힙니다.
또, 주지하다시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부임한 이후에도 '용산 철거 참사',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사건', 'PD수첩 광우병 보도 사건' 등 공안 성격이 짙은 사건들을 처리하면서 현 정부와 궁합이 잘 맞는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천 내정자 뿐 아닙니다.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는 김경한 법무부 장관 역시 법무부 검찰3과장(공안담당)과 서울지검 공안1부장을 거친 공안통입니다.
과거 YS 정부 때까지만해도 간첩단 사건 등을 수사하는 공안 파트는 검사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특히 선거철 등에서 수사결과가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공안은 검찰 내에서도 소위 엘리트들이 지원하는 '출세 코스'였습니다.
하지만 DJ 정부 들어서 공안은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마치 '색안경을 끼고 수사한다'는 식의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검찰내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습니다. 결국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엔 대검 공안3과와 전국 지방검찰청의 15개 공안과가 없어졌습니다. 대신 고위 공무원의 뇌물 수수 등을 수사하는 특수수사 파트가 검사들의 지원 1순위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출세 코스'였던 공안이 '출세의 장애물'로 전락하고 만 것입니다.
그러던 것이 현 정부 들어 '법 질서 확립'을 강조하면서 다시 공안 파트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촛불집회와 '탈북간첩 원정화 사건' 등이 있었던 지난해엔 전국 공안검사들 70여명이 모여 7년만에 최대 규모의 행사를 열었고, 대검은 올해 공안3과를 부활시키기로 방침을 정한 바 있습니다.
이번 신임 검찰총장 내정도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또, 향후 검찰 인사에서 공안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탓일까요, 최근 일선 공안부 검사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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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03년 신문기자로 시작해 2007년 SBS에 입사한 김지성 기자는 사회2부 법조팀에서 검찰 출입기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뚝심있고 끈질긴 기자정신으로 현장을 누비는 김 기자는 정치부에서도 활약했으며, 2003년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숨겨놓은 비자금'과 관련한 특종보도로 큰 반향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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