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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로의 아버지'를 만나다

이주형

입력 : 2009.06.19 10:13|수정 : 2009.06.19 11:44


이주형의 人터뷰 전체보기- 사장님 좀 바꿔주세요

- 전데요..

최종일 사장은 직접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를 타고 전송된 다소 유약하게 들리기까지 하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내가 찾던  사장이었다. 직원 90명.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을 수 있는 직원을 거느린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CEO는 직접 전화를 받았다.

한국의 넘버원 캐릭터 '뽀로로'를 만든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의 사장 최종일씨는 모범생같은 외모에 여성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말하는 사람이었다.

귀를 살짝 덮을 정도로 자른 머리와 몸에 꼭 맞는 수트를 입은 모습에서 크리에이티브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의 풍모가 엿보였다.

하지만 그냥 거리에서 만났다면 보통 회사원인 줄 알았을 것이었다.

방송에 쓸 화면을 찍느라 직원들과 함께 회의하는 모습을 좀 보여달라고 했다.

마침 직원들 회의가 있었다. 그런데 그냥 한구석에서 듣고 있을 줄 알았던 최 사장은 '진짜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회의는 뽀로로의 스토리보드를 놓고 진행됐는데, 최 사장은 구체적인 부분까지 세세하게 관여했다.

직원들도 사장이라고 특별히 어려워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방송국에서 취재와서 그런가' 잠깐 속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 사장은 늘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그게 뽀로로의 프로듀서로서 자신이 하는 일이라고 했다.

  

'뽀로로', 정확히 '뽀롱뽀롱 뽀로로'(porongporong Pororo)는 2003년에 태어나 몇 년 만에 한국을 평정하고 해외에서도 성가를 드높인 펭귄 캐릭터다.

뽀로로 캐릭터를 부착한 상품이 6백여종이나 되고 애니메이션은 해외 90여개국에 수출됐다.

오는 9월부터는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채널인 디즈니채널에도 입성한다.

우리집에도 뽀로로 매트, 인형, 퍼즐 등 서너 가지 관련 상품이 있다.

사실 나는 뽀로로를 처음 보고는 외국 캐릭터인줄 알았다.

아마도 뽀로로가 쓰고 있는 공군 헬맷과 고글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기능이 퇴화된 펭귄이지만 날고 싶은 펭귄의 꿈은 그렇게 조종사 헬맷과 고글에 담겼다.

8년 전까지만 해도 최종일 사장은 광고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 광고를 쭉 하다가 이게 아니다 싶어가지고 회사를 옮기려고 그랬죠.  입사 후 4년 정도 지났을 당시에 CATV 쪽으로 옮기려고 시험 보고 면접이 남았는데  인사팀장이 면접보러 가기 전날 부르더니 "너 어디 면접가려고 그러지? 거기 팀장한테 들었는데  너는 면접가도 떨어뜨린다..너는 끝났어.." 그래서 인사 팀장한테 항의를 했죠. "왜 그러냐...나도 내 인생을 좀 살자" 그랬더니  "회사에서 신규 사업을 하려는데 차라리 그 일을 해봐라." 라고 하더라고요.

회사에서 벌인 신규 사업은 바로 애니메이션 제작. 

최 사장이 하고 싶던 영상관련 일과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애니메이션이 맞아떨어지는 일이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돈을 번다는 건 문화부에서 1면 특종하기만큼 힘든 일.

= 계속 적자가 나니까 "도대체 사업적인 가능성이 있는 거냐"라고 많이 회의했죠. 그나마 또 IMF 사태가 나면서 정부가 대기업들을 찢었죠. 주력 기업군으로 두 개 세 개... 제가 있었던 회사는 현대 그룹 산하였는데 그 때 현대 그룹도 자동차,전자,금융을 주력으로 하고   나머지는 정리하면서 제가 다니던 회사도 해외 쪽에 매각이 됐습니다. 새로온 오너는 "우리는 광고에 집중하겠습니다"해서 애니매이션은 더이상 안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최 사장은 그만뒀다. 그것도 '별 고민없이' 그만뒀다. 믿어지지 않았지만 거듭 물어봐도 같은 대답이다.

=  한국의 애니매이션이 아직은 수면으로 떠오르지 못하고 수면 아래에 있지만 점점 수면으로 올라가고 있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래서 조금 더 해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다.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고요. 만약에 실패를 한다 하더라도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해왔고 제 판단에 의해서 한 것이기 때문에 후회는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말은 쉽지만 삶이 쉽지는 않다. 세련되지 못하게 물었다.

- 혹시 집에 돈이 많습니까?

= 전혀요. 저희 결혼할 때 양가집에서 돈 받은 게 전혀 없습니다.

(계속) ☞ '뽀로로의 아버지'를 만나다② 보러가기

 

[편집자주] 날카로운 문화적 감각과 통찰력이 묻어나는 인상깊은 칼럼으로 네티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주형 기자는 1995년 SBS에 공채로 입사해 문화부와 SBS스페셜 등 호흡이 긴 기사와 방송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