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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주머니 터는 도·소매가 격차

입력 : 2009.06.17 09:42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생산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앞지른 현상은 그 격차만큼 소비자의 이득이 줄어들었음을 뜻한다.

소비자의 이득이 줄어든 만큼 같은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이 감소해 내수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하반기에는 물가 상승을 자극할 만한 요인들이 잠복해 있어 두 물가 상승률 사이의 격차가 자칫 소비자물가의 상승폭을 키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생산자-소비자 물가 얼마나 벌어졌나

생산자물가지수는 출고 시점의 가격을, 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자들이 구매할 때 치르는 가격을 품목별 가중치를 둬 산출한다. 품목과 가중치는 서로 조금씩 다르지만, 국내 재화 및 서비스의 도매가와 소매가 수준을 반영한다고 보면 된다.

지난달 굴의 생산자물가는 64.2%나 내린 반면 소비자물가는 4.8% 내리는 데 그쳐 59.4% 포인트 차이가 났다. 산지에서는 가격이 3분의 1로 떨어졌는데도 소비자는 거의 예전 가격 그대로 사 먹은 셈이다.

단감, 조개, 피망, 상추, 버섯 등 주요 농·수산물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생산자물가 상승률보다 20% 포인트 이상 높았다.

공산품에서는 선풍기의 소비자물가가 전년 말보다 29.9% 올라 생산자물가 상승률(19.7%)보다 10.2% 포인트 높았다. 전기밥솥, 전자레인지, 아동복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생산자물가 상승률을 9.6%, 7.9%, 5.4% 포인트씩 앞질렀다.

초콜릿, 물엿, 사이다, 고추장, 된장 등 먹을거리도 4~6% 포인트 가량 높게 나왔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국제항공요금, 택시요금, 숙박요금 등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생산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았다.

◇생산자물가 내리는데 소비자물가 오르기도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플러스를 기록해 두 물가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도 눈에 띈다.

이는 농·수·축산물에 집중돼 5월 단감의 경우 생산자물가는 작년 말에 비해 10.9% 내린 반면 소비자물가는 34.4% 올랐다.

귤, 조기, 돼지고기, 수박, 마른 멸치, 피망, 조개 등에서도 생산자물가는 내린 반면 소비자물가는 올라 5~30% 포인트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일부 공산품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는 생산자물가가 2.4%와 1.5%씩 내렸지만 소비자물가는 0.2%와 0.5%씩 올랐다.

밀가루, 전기밥솥, 아동복도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생산자물가는 공급 측면의 영향을 받고 소비자물가는 수요 측면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두 물가의 방향성이 달라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호주머니 가벼워져 내수 악영향"

물론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사이에 필연적인 상관관계는 없다. 하지만 두 물가 사이의 괴리가 지속된다면 이는 결국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소비자물가가 생산자물가보다 상승폭이 커진다면 생산으로 얻는 소득의 증가율보다 소비에 지출해야 하는 금액의 증가율이 더 높다는 의미가 된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보다 싼 값에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함으로써 얻게 될 혜택이 유통마진 등으로 빨려 들어가는 셈이 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각 경제주체들의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내수 활성화에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금융지주 송태정 수석연구위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커질수록 구매력이 떨어진 소비자들의 고통도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물가 안정 측면에서도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상반기에는 경기 침체, 내수 부진, 환율 하락 등으로 소비자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지 않았지만 하반기 들어 세계 경제의 회복과 고유가 현상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장 연구원은 "생산자물가에 비해 소비자물가의 상승률이 지나치게 높다면 전체적인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