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부터 2008년까지 기술을 유출하려다 적발된 건수는 모두 160건, 예상 피해액은 253조 5천억원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불황기로 접어든 지난 한해동안 적발건수는 42건으로 2007년 32건보다 10건이나 늘었습니다.
기술유출 1건당 추정 피해액이 2004년 1조 3천억원에서 2008년엔 1조 9천억원으로 규모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젠 경쟁국으로 기술이 유출되면 그 회사뿐 아니라 업계 자체가 고스란히 무너질 수 있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기술 유출 유형을 살펴볼까요.
1. 전·현직 내부인력
인텔은 2006년 대규모 인력감축을 단행했습니다. 10만 5천명이던 직원을 8만명으로 줄였죠. 그런데 퇴사 직원 가운데 한명이 인텔의 경쟁사인 AMD로 인텔 대외비밀자료와 19건의 칩 설계도면을 빼내려다 FBI에 적발됐습니다. 이 직원은 90년형의 중형을 구형받았습니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한 중소기업 직원이 '수소저장합금 냉난방 기술'을 중국업체에 유출했습니다. 현금 200억원과 그 회사의 부회장직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죠.
이 기술은 냉장고나 에어컨 기존제품의 전력소비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인정받고 있었고, 독일 회사와도 계약을 맺은 상태였기 때문에 엄청난 위기상황에 몰릴 수도 있는 상태입니다.
이렇게 경제 위기 속에 회사를 떠났거나 떠나려는 내부 직원들이 핵심기술을 자신을 스카우트한 직장으로 유출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정보보안의 위협요소는 해고직원이 유출하는 사례가 42%로 가장 많았고, 외부인이 훔치는 경우가 39%, 내부직원이 빼내는 경우가 36%로 나왔다고 합니다.
2. 인수합병
쌍용차가 대표적인 사례죠. 중국 상하이 자동차가 쌍용차의 핵심기술만 싹 빼내갔다는 비판을 지금까지 받고 있는데요.
2000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하겠다던 포드자동차는 16개 공장과 300여개 부품업체에 대한 정보만 빼내고 갑자기 인수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중국은 2000년대 초 노키아 중국 법인의 인력을 흡수했습니다. 우리 현대시스컴의 장비기술과 기가텔레콤의 연구개발 분야 등 한국 휴대폰 관련업체의 인수합병도 함께 했는데, 결국 휴대폰 기술을 집중적으로 빨아들였죠. 결과적으로 2004년 이후 중국 기업은 내수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했지만, 중국으로 수출하던 세원, 맥슨, 벨웨이브 등 우리 휴대폰 기업들은 결국 도산하고 말았습니다.
불황일수록 시장에 나오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인수합병 계약 중이거나 인수합병을 직접 하는 과정에 핵심기술이 딸려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하이닉스나 대우조선해양 등 앞으로 매각이 예정돼 있는 기업들...조심해야 합니다.
3. 공동사업
국내 한 바이어장비 제조업체는 외국 회사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다가 100억원을 들여 만든 장비의 설계도면을 외국 회사에 넘겨버릴 뻔한 고비를 맞았습니다.
국내에서 해외에서 초빙한 과학자나 연수인력이 기술을 유출한 사건도 지난 5년동안 6건이나 발생했다고 합니다.
대학의 경우, 나라가 직접 자금을 투자해 연구개발을 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제화 물결 속에 외국인들도 많죠. 상대적으로 보안은 허술하고….
미국의 경우에는 대학이 추진하는 연구과제에 대해선 보안등급이 있어서 높은 보안등급 프로젝트는 외국인 참여를 금지시킨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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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불황일 경우 인력 교류가 빈번해질 수록 핵심기술 유출 기회도 그만큼 늘어난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위험을 막을 수 있을까요.
삼성경제연구소의 제언인데요.
'인재유출은 곧 기술유출'이란 인식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기술유출의 80% 이상이 내부 직원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거죠. 따라서 주요 업적에 대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상을 해주고,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을 느끼도록 대우해 줘야 한다는 겁니다. 핵심인재를 보호하고 유지하는 것이 어느때보다 중요하죠.
무엇보다 국가가 제도적으로 개입해 관리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정말 중요한 기술은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해서 보호를 하고, 외국 기업의 인수합병때엔 '투자'하려는 의지를 보호하는 한도 안에서 감시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미국과 일본도 국가 차원에서 해외기업의 자국기업 인수합병을 거부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네요. 산업 자체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선진국들의 시스템 모방도 중요한 시기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불황일 때일 수록 돈과 인력의 '흐름'이 많기 때문에 기업은 물론 정부 당국자들의 '의무감'이 더 많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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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경제부 산업팀에서 활약 중인 홍순준 기자는 삼성.LG등 전자업계와 공정위, 소비자원을 출입하고 있는 고참 기자입니다. 1995년 입사 후에는 사회부, 정치부 기자로 잔뼈가 굵었고 사건팀의 리더인 '시경 캡'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특유의 돌파력과 폭넓은 취재로 보내오는 기업 내면의 깊은 이야기들이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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