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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기록 양산한 이란 대선

입력 : 2009.06.12 09:16

대선후보 TV토론, 상징색 도입, 디지털 선거운동 선보여


숱한 화제를 뿌렸던 제10대 이란 대통령선거가 12일 최종 승자를 가리는 투표에 들어갔다.

이번 대선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30년의 이란 대선사에 최초의 기록들을 가장 많이 양산한 선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큰 변화로 꼽히는 것은 반미의 선봉으로 간주되던 이란에서 미국식 TV토론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4명의 후보가 1대1 `맞짱토론'을 갖는 방식으로 지난 2∼8일 모두 6차례 치러진 TV토론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지난 3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과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 등 가장 강력한 당선후보로 꼽히는 `빅2'의 TV토론 땐 이란 국내외에서 수천만명이 토론을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TV토론을 통해 무사비는 "아마디네자드의 선동적인 발언 때문에 이란의 국격이 훼손됐다"며 거침없이 현직 대통령을 몰아 붙였고, 아마디네자드는 "이란 정부가 붕괴될 것이라고 말하고 궤멸시키려 시도한 이들이 바로 개혁파"라고 반격했다.

이란의 유권자들은 매일 오후 9시30분부터 90분간 숨막히게 이어지는 후보간 공방에 눈을 떼지 못했고 토론이 끝나면 거리와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다음날 새벽까지 축제와 비슷한 열기의 선거운동에 빠져 들었다.

거리에서 남녀가 함께 지지후보를 위한 구호를 외치고 춤을 추며 어울리는 것은 이슬람의 엄격한 사회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는 이란에서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모습이었다.

이런 급격한 변화에 보수파는 경계의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거리에 쏟아져 나오는 군중에 대해 별로 할 말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그들 간에 충돌이 빚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해 과열 현상을 경계했다.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새로운 풍조는 후보의 상징색을 활용한 색(色) 캠페인이 도입됐다는 것이다.

무사비 진영은 초록색을 상징색으로 정해 선거운동 때 깃발이나 피켓에 사용했고 지지자 사이에서는 티셔츠, 머리띠, 스카프, 팔목밴드 등을 모두 녹색 일색으로 착용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갔다.

무사비 지지자들의 `녹색 물결'을 불편한 시각으로 보던 아마디네자드 진영은 "우리는 특정색을 상징화해 선거운동에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초록, 흰색, 빨강색 등 3색이 포함된 이란 국기가 우리의 상징일 뿐"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란 혁명수비대도 성명을 통해 무사비 후보의 선거운동을 1989년 체코슬로바키아 공산정권을 무너뜨린 '벨벳 혁명'에 비유하며 "벨벳 혁명 기도에 대해서는 싹을 잘라버릴 것"이라고 위협하는 등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선거 유세현장에서 후보의 아내가 남편과 동행한 것도 이번 대선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무사비의 아내 자라 라나바드는 여성의 정치활동이 제한되는 이란에서 대선 후보인 남편의 선거유세장에 동행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아 주목을 받았다.

언론에서 `이란의 미셸 오바마'라고도 지칭한 라나바드는 자신의 학력위조 논란을 제기한 아마디네자드에게 `거짓말쟁이 대통령'이라고 응수하는 등 강단 있는 인상을 남기며 무사비 돌풍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라디오, TV 등 아날로그 매체에 의존하던 선거운동이 인터넷,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 디지털 방식으로 다변화한 것도 이란에서는 새로운 현상이다.

무사비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정책과 공약을 적극적으로 알렸고 아마디네자드도 자신의 블로그와 영어판 포스트를 통해 젊은 층 유권자들을 공략했다.

국제통신연맹(ITU)통계에 따르면 이란의 인터넷 이용자는 전체 인구 7천100만명 중 2천300만명(32.4%)으로 이용 비율면에서 이스라엘에 이어 중동지역 2위에 해당한다.

(두바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