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TV 아사히가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셋째 아들 김정운이라며 보도한 사진이 결국 오보로 확인됐습니다.
TV 아사히는 3남 정운 씨의 최근 모습이라며 보도한 사진에 대해 "다른 사람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사과했습니다. 그러면서 TV 아사히는 "한국 당국 관계자로부터 문제의 사진을 입수했고, 북한 관계자로부터도 사진 속 인물이 정운 씨일 확률이 90%라는 말을 듣고 사진을 보도했다"고 보도 경위를 밝혔습니다.
TV 아사히는 이어 "사진을 확인해 준 북한 관계자도 한국에서의 보도를 보고 틀린 것 같다고 했고, 사진을 제공한 한국 당국 관계자로부터도 한국 미디어의 보도 이후 사진이 진짜라는 것을 보여주는 새로운 확증을 얻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TV 아사히의 이번 오보 사태는 북한 관련 보도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과 함께, 언제 또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이 상존한다는 것을 드러냈습니다.
무엇보다 북한관련 정보의 경우 미확인 정보가 확대 재생산된다는 점입니다. 이번 오보에서 드러났듯이 북한 관련 정보의 경우 확인이 매우 어렵습니다.
TV 아사히의 설명대로라면 한국의 당국자가 사진을 제공했고, 나름대로 북한 전문가에게 확인했다고 하나 결국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북한 정보는 공개되는 정보량도 매우 적을 뿐 아니라 정보를 확인해줄 수 있는 소스조차 매우 적을 뿐 아니라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지에 의문을 남긴 것입니다. 또 한국 당국자가 사진을 제공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 당국자는 어떻게 사진을 입수했고 어떤 확인과정을 거쳤는지 그리고 왜 일본방송에 사진을 제공했는지도 의문입니다.
이 당국자 자신이 사진의 진위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떠보기 위해 제공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에 관한 정보 특히 김정일 위원장과 그 주변 정보라면 한국 언론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일본 언론을 이용하려했을 지도 모릅니다.
만일 이 당국자가 김정운의 사진이라고 확신한 상태에서 사진을 제공했다면 정보 확인과정에 허점이 있는 게 드러난 셈이고, 또 왜 일본 방송에 사진을 제공했는지 그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해집니다.
한국 당국자가 사진을 제공했다면 그는 누구인지, 그 의도는 무엇인지, 한국의 정보수집능력이 이정도인지 여러 논란이 예상됩니다.
반면에 TV아사히가 허위로 한국당국자를 끌여들였다면 외교문제같은 다른 차원으로 번질 지도 모릅니다.
이번 오보사태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미확인 정보임에도 오히려 전파 속도는 더욱 빠르다는 점입니다. 이번에도 한국의 다수 신문 방송은 오보임이 드러나기 전까지 인터넷 홈페이지에 TV아사히의 사진을 옮겨 실어놓고 있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오보임이 빨리 확인됐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 잘못된 사진이 버젓이 진실로 통했을 위험이 없다고 단언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런 이유들 때문에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흘려도 검증할 방도가 사실상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이번처럼 다른 사람의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정보, 예를 들면 과거 김일성의 건강에 관한 정보나 북한내 쿠데타 음모설이 여러 차례 나돌았지만 어느 것 하나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었고, '믿거나 말거나'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각국의 정보 당국은 설사 잘못된 정보가 나돌아도 이를 바로잡기 위해 나서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잘못된 정보를 확인해주면 곧바로 정보능력이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불량 정보는 또 다른 후유증을 낳을 위험이 있습니다. 미확인 정보를 사실로 믿고 대응할 경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위험에 빠질 지도 모르고, 또 불량정보가 많을수록 불신도 늘어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
[편집자주] 깊이있는 분석과 통찰력이 느껴지는 이은종 기자는 그동안 사회.국제 이슈와 경제 현장에서 오랫동안 현장취재와 데스크를 거치고 현재 SBS 보도국 특임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연륜에서 뿜어나오는 해박한 지식과 함께 일본의 정치.경제에 대한 식견으로 핵심을 짚어주는 글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