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재즈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재즈 전도사의 길을 거침없이 달려온 사람이 있다.
[류복성/타악기 연주자 : 재즈음악은 나의 생활이고 내 삶이고 한 눈 팔지 않고.]
외길 인생을 걸어온 류복성 씨의 재즈 세계로 들어가 보자.
저녁 9시 서울의 한 재즈 클럽.
관객들로 객석은 이미 발 디딜 틈이 없다.
때론 부드럽게 또 때론 열정적으로 변화무쌍한 재즈 선율이 연주자와 관객을 하나로 어우른다.
재즈뮤지션 가운데서도 유독 눈에 띄는 한 사람.
짧게 쳐올린 백발에 노란 안경을 쓴 올해 예순아홉의 류복성 씨다.
[류복성/타악기 연주자 : 무대에 올라가면 힘이 나죠. 박수를 저희들은 먹고 사니까 더 힘이 납니다. 열정적으로.]
첫 곡이 끝나자 자리를 옮겨 드럼 대신 봉고를 다리 사이에 낀 류복성 씨.
그리고 이어지는 익숙한 멜로디.
바로 1970~1980년대 인기리에 방송된 국민 드라마 '수사반장'의 테마곡이다.
류 씨의 긴박한 봉고 연주가 핵심인 이 곡은 대중에게 그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고조된 분위기 속에 즉흥연주가 시작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봉고와 콩가가 서로에게 맞춰주는 재즈의 진수를 보여준다.
[정윤성/서울시 강남구 : 너무 열정적이고요. 분위기 너무 좋고요. 신나게 보고 있어요.]
[최민수/경기도 안양시 : 카리스마도 넘치고 음악을 그냥 연주하는 것보다 음악을 되게 즐기시면서 하는 것 같아요.]
[이해성/음악평론가 : 재즈는 연주인의 음악이라고 얘기를 할 수가 있죠. 왜 그런가 하면 즉흥연주가 생명이거든요. 그러니까 똑같은 연주, 똑같은 곡을 두 번 연주할 수가 없어요.]
서울 구의동에 위치한 류 씨의 연습실.
드럼과 봉고 뿐 아니라 콩가, 팀발레스 등 라틴 타악기 연주에서 류 씨는 국내 최정상으로 손꼽힌다.
[류복성/타악기 연주자 : 이 악기는 콩가라고 그럽니다. 킨토, 콩가, 톰바도라. 이 세 악기를 그냥 스탠더드로 말할 때 콩가스, 콩가 팀발레스라는 악기입니다.]
중학교 시절, AFKN을 통해 재즈 음악에 매료된 류 씨.
[류복성/타악기 연주자 : 트랜지스터를 듣는데 재즈 음악이 나오더라고. 아, 바로 내가 앞으로 할 음악은 이 음악이구나, 그리고 머리에 와서 꽂혔어.]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친척집을 전전하며 스승을 찾아 나섰다.
가진 것이라곤 패기가 전부였던 류 씨를 받아준 건 미 8군 무대에 서던 한 악단.
악단을 따라다니며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틈틈이 드럼을 배웠다.
[류복성/타악기 연주자 : 조명을 가수가 나올 때 클로즈하고 오픈하고 이렇게 컸다 작았다 해줘야 하는데 풀로 비춰놓고 그냥 여기다 선생님 하는 거만 따라서 계속 연습하다가 혼도 많이 났어요.]
잠자는 시간 빼곤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류복성/타악기 연주자 : 사과박스에다가 모의 드럼 세트, 탁구라켓을 걸어가지고 만들어가지고 하루에 그러니까 잠자는 시간, 다섯 여섯 시간 빼놓고는 하루에 맨날 두들기는 거야.]
힘겨운 견습 생활 끝에 '이봉조 악단'과 '길옥윤 재즈 올스타즈' 등에서 활동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1967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건 '류복성 재즈 메신저스'를 창단하고 서울시향과 협연하는 등 재즈 대중화에 앞장섰다.
[류복성/타악기 연주자 : 라틴 리듬에는 한국적인 것이 굉장히 많아. 예를 들면 우리 사물에서 이런 거 있잖아. 이게 4분의 4박자인데 라틴음악에서 패턴만 약간 달라요.]
민속악, 팝송, 클래식과도 끊임없는 접목을 시도하며 50년 동안 꿋꿋이 재즈를 지켜왔다.
[이해성/음악평론가 : 재즈가 우리나라에 50년대 말, 60년대 아주 활발했었는데 70년대 록 뮤직의 붐이 일면서 재즈 뮤지션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다 잃어버렸어요. 그래서 굉장히 극소수의 가난하고 어렵고 외롭고 팬들도 없는데서 류복성 씨는 재즈 드럼, 라틴 퍼커션을 지켜왔고.]
류 씨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 젊은 후배들과 음악적 교감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김정균/타악기 연주자 : 선생님을 보면 한마디로 참 지독한 딴따라다. 한 사람이 50년 동안 같은 일을 하면 에너지가 소진될 만도 한데 류복성 선생님은 아직도 그 에너지가 넘치시고.]
일흔을 앞둔 나이지만 스스로를 흰머리 청년이라 부르는 타악기 연주자 류복성 씨.
정년 없는 그의 열정은 가슴 두드리는 설렘과 함께 계속 이어진다.
[류복성/타악기 연주자 : 내가 생명이 붙어 있는 날까지는 나는 무대에서 죽을 겁니다. 그리고 나는 지금이 바로 왕성한 전성기라고 생각해요. 이제부터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