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정국' 이후 여의도 정치가 실종 상태를 맞고 있다.
국회법에 따라 열려야 할 6월 임시국회의 개회는 이달 중순 이후로 늦춰져 언제 열릴지 불투명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정치적 여파의 대처를 둘러싼 여야 정당들의 셈법이 제각각이어서 의사일정 협의가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는 탓이다.
정치 실종을 메우는 것은 한나라당의 '집안 싸움'과 민주당의 '거리 정치'이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의 쇄신논의는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채 각 계파간 권력다툼의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고, 민주당은 또다시 장외투쟁을 예고하며 거리로 나갈 태세다.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추모 열기가 식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북핵 문제와 경제위기에 더해 이번 주부터 금속노조, 화물연대의 파업과 6.10항쟁 기념집회 등 민감한 정치사회 일정들이 줄줄이 예정돼있으나 사회 갈등과 분열을 조율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정치권은 이처럼 기능 정지의 형국으로 빠져들었다.
지난 1일부터 열렸어야 할 6월 국회는 여야 모두의 소극적 입장 속에 언제 소집될지는 전망이 불투명하다.
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 사과, 법무장관 파면, 박연차 게이트 관련 국정조사 및 특검 요구 등을 국회 개회 조건으로 내걸고 나선데 대해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은 이렇다할 정치력과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선(先) 상임위, 후(後) 본회의'의 수세적 입장만으로 맞서며 국회 문을 닫아두고 있다.
여기에 의원들은 계파간 힘겨루기로 비화하고 있는 '쇄신론'의 집안싸움에만 온통 정신이 팔려 국회에는 별 관심이 없는 모습들이다.
4일 열린 의원연찬회에서 제기된 당 지도부 퇴진 및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놓고 당 지도부와 친이(친 이명박), 친박(친 박근혜) 등 계파간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면서 4.29 재보선 완패와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민심수습용으로 솟아올랐던 쇄신론은 향후 당 주도권을 둘러싼 대결로 변질됐다.
중도성향의 한 재선의원은 "조기전대를 통해 당의 인적쇄신을 이끌어내려던 친이와 쇄신파의 구상은 친박 등의 반대로 사실상 물건너갔다"며 "쇄신특위도 계파내 의견수렴 없이 지도부 퇴진을 들고 나왔다 역풍에 부딪혀 이제는 더이상 기능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소장 쇄신파들의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는 연판장 돌리기 등 반격카드와 주초로 예상되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만찬 결과에 따라 당은 다시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국면이다.
민주당은 6.10 민주화운동 22주년인 10일 야4당과 시민사회단체가 공동 주관하는 '6월항쟁 계승 및 민주주의 회복 국민대회'라는 대규모 장외집회를 연다.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촛불문화제도 진행한다.
한나라당에는 국회 개회의 조건을 내건 채 사실상 대여 장외투쟁을 벌이겠다는 구상이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 직접 접촉하고 교감.소통하겠다"는 정세균 대표의 4일 의원연찬회 발언으로 미뤄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추모 열기가 남아있는 6월 정국에서 '거리 정치'를 최대한 활용하려 할 전망이다.
여야의 이런 국회 외면으로 촛불시위 등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 탓에 18대 국회의 지각 개원 사태가 재연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노동현안인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비롯한 민생관련법안 등의 처리가 미뤄지면서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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