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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인게 기회다…펩시의 새로운 변신

홍순준

입력 : 2009.06.06 15:01|수정 : 2009.06.08 16:47


콜라 하면 떠오르는 회사 '코카콜라'와 '펩시'입니다.

지난 1996년에 코카콜라는 펩시와의 미국 시장 점유율을 42% vs 31% 로 벌리면서 '100년 콜라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했습니다.

펩시도 패배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13년이 지난 지금, 펩시는...

망했을까요?

펩시는 지난 2008년 매출액 433억 달러를 기록하며 네슬레에 이은 세계 2위의 종합 식음료 기업으로 우뚝 섰습니다. 콜라같은 비탄산음료가 아닌 스포츠음료와 주스, 스낵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차지하면서 말이죠.(참고로 연매출 10억 달러 이상의 브랜드를 '메가 브랜드'라고 하는데 펩시는 이런 메가 브랜드가 18개나 된다고 합니다. 1위는 23개를 보유한 P&G라죠)

현재 펩시에서 탄산음료의 매출비중은 20%대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영업이익의 47%가 '레이', '도리토스', '오트밀' 등 과자류에서 나옵니다. 콜라회사에서 과자회사로 완전히 바뀐 거죠.

96년 100년 콜라전쟁에서 패한 뒤 펩시는 매출의 36%를 차지하던 레스토랑 부문을 분리 매각했습니다. 비탄산음료 시장을 노리고 돈을 마련하려 했던 거죠. 그래서 '피자헛', 'KFC', '타코벨' 등 쟁쟁한 회사들이 분리됐습니다.

그러다보니 맥도날드나 버거킹 등 펩시를 경쟁자로 여겨온 곳을 오히려 시장으로 삼을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피자헛 등 기존 업체들과의 제휴관계는 유지하면서 말이죠. 스낵 시장을 키워나가는데 주력했습니다.

독특하고 이국적인 크로스오버 제품을 발빠르게 출시하며 젊은 소비자를 노렸습니다. '카페인 스낵', '딸기맛 치토스' 등 1년에 200개 종류나 출시했다고 하네요. 또 현지에서 팔리는 스낵은 현지에서 원료를 조달한다는 원칙을 지켜서 지역 사회에서 우호적인 평가를 받는데도 신경썼다고 합니다.

펩시는 또 웰빙 트랜드를 주목했습니다. 이미 10년전부터 탄산 음료는 비만의 주범으로 찍혔던 상황이었고, 펩시도 건강에 안좋은 음료를 만드는 기업으로 인식됐던 때인데요.

펩시는 주스업체인 트로피카나와 '게토레이'를 갖고 있는 퀘이커오츠를 인수했습니다. 건강음료, 스포츠음료를 만드는 기업으로 인식전환을 시도한 거죠.

'웰빙'에 대해선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 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2003년엔 전 스낵 제품에서 트랜스 지방을 제거하고 2007년엔 해바라기 기름을 사용하면서 포화지방 함량을 50% 이하로 낮췄습니다. 2008년엔 천연재료만 사용한 프리미엄 콜라 '펩시 내추럴'까지 만들어 냈죠.

2007년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서 상징색인 파란색을 포기하고 중국인이 좋아하는 빨간색 '펩시' 캔을 과감하게 도입한 것도 당시엔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펩시가 이렇게 뼈대만 남기고 싹 바뀔 수 있었던데 대해, 또 도전정신으로 완벽히 무장할 수 있었던데 대해 삼성경제연구소측은 펩시가 코카콜라에 이은 '만년 2위'였기 때문이었다는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2등이었기 때문에 항상 도전하려는 의식을 모든 임직원이 공유할 수 있었다는 거죠. 1등은 안주하기 쉽지만 2등은 항상 뭔가를 해야 하는 '도전의식'을 강요받았다는 겁니다.

그리고 한계를 확실히 깨달은 뒤엔 1등 기업과 같은 시장에서 소모적인 경쟁을 또다시 벌이기 보다는 새로운 '경쟁 시장'을 창출하는 지혜를 발휘한 것도 오늘날 펩시가 있게 한 데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편집자주] 경제부 산업팀에서 활약 중인 홍순준 기자는 삼성.LG등 전자업계와 공정위, 소비자원을 출입하고 있는 고참 기자입니다.  1995년 입사 후에는 사회부, 정치부 기자로 잔뼈가 굵었고 사건팀의 리더인 '시경 캡'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특유의 돌파력과 폭넓은 취재로 보내오는 기업 내면의 깊은 이야기들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