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조치·통제 사전양해 구했어야" "외국인이 옮긴 병이라는 선입견 버려달라"
"이색적이긴 했지만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신종 인플루엔자(공식명칭 인플루엔자 A(H1N1), 신종플루) 집단 감염 사태로 격리됐다가 풀려난 외국인 영어강사 A씨는 2일 신원 비공개를 전제로 연합뉴스 기자와 이메일 인터뷰를 갖고 당시 심정을 이렇게 요약했다.
지난달 15∼16일 다른 외국인 강사 64명과 함께 입국한 A씨는 인플루엔자 A(H1N1) 감염 확진 환자와 며칠간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지난달 23일 서울의 한 시설에 격리됐다가 8일 만인 같은달 31일 풀려났다.
그는 한국 보건당국이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일방적 조치를 취했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보건당국이 격리 직전 '인근 병원에서 간단히 혈액검사만 받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한 뒤 일방적으로 시설에 수용하는 바람에 일행 중 일부는 옷이나 생활용품 등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격리됐다"고 주장했다.
신종플루가 집단 발병한 비상 상황에서 긴급 조치가 필요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고 솔직하게 양해를 구했어야 옳았다는 것이다.
A씨에 따르면 격리된 외국인 영어강사들은 보건당국의 각종 통제로 자유로운 활동을 박탈당한 채 일상생활의 무료함과 싸워야 했다.
그는 "보건당국은 흡연, 운동, 일광욕 등 야외활동은 물론 모여서 얘기하는 것조차 통제하려 했다"며 "인터넷도 갖춰져 있지 않은 환경에서 건물에 갇힌 채 각종 통제를 받으며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처음 며칠간 당국이 합당한 설명 없이 유교적 방식의 명령으로 일관하면서 소통이 완전히 사라졌다"며 "이 때문에 강사들도 통제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는 등 상호 간 불신이 있었다"고 격리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또 격리시설에서도 감염자가 추가로 발생하자 보건당국이 강사들의 생활태도를 문제 삼기도 했다고 A씨는 전했다.
그는 "(직접 만나지 말고) 각 방에 설치된 인터폰을 통해 서로 대화하라는 등의 통제가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이런 `과잉통제'에 대해 그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조류인플루엔자(AI)가 한국에 퍼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집단 격리 조치가 한국에서는 처음인 것으로 안다. 한국 정부는 최선을 다했고 상황 자체도 충분히 이해한다"며 미숙함 탓에 빚어진 일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 신종플루에 대한 두려움이 외국인 혐오증(Xenophobia)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는데 (이런 우려에) 충분히 공감한다. 신종플루가 외국인이 옮긴 병이라는 선입견을 버려 달라"고 당부했다.
A씨는 자신의 블로그(https://underquarantine.tumblr.com)를 통해 매일 일기 형식으로 격리생활을 상세히 정리해 국내·외 네티즌들로부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는 격리에서 풀려난 지난달 31일 "의료진에게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한다. (의료진은) 무척 난처한 상황을 멋진 경험으로 만들어 줬다"고 블로그에 적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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