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오바마 맹공 체니와 극명한 대조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에 대해 쉴새 없이 공격을 퍼붓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자신의 후임자인 오바마 대통령에 관한 한 입을 꽉 다물고 있다.
8년간 백악관에서 동고동락한 부시와 체니는 지금도 정기적으로 만나 대화를 나누고 긴밀한 교감을 나누고 있지만 오바마를 향한 공격에서는 외견상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부시 정부 시절 테러용의자들에 대한 가혹신문을 허용한 메모를 공개, 부시 진영을 곤경에 빠뜨리면서 양측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부시가 이렇다 할 반격을 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체니 측은 적잖게 당황하기까지 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8일 미시간경제클럽에서 가진 퇴임 후 첫 공개강연에서 중앙정보국(CIA)의 가혹신문이 합법적이었고 이를 통해 테러를 예방하고 많은 생명을 구했다고 옹호했지만,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비난은 일절 하지 않았다.
미국의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는 29일 체니 지지자들의 주장을 인용, 부시 전 대통령이 체니와 보조를 맞추지 않음으로써 보수진영 내에 혼란과 당혹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보수주의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대(對)테러전을 둘러싼 근본적인 이슈를 놓고 진실과 거리가 먼 주장들이 제기되는데도 부시 전 대통령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유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체니 전 부통령의 한 측근은 "오바마 대통령이 전임 행정부의 정책과 견해를 달리할 뿐만 아니라 직접 우리를 공격하고 있지만, 우리가 공개적으로 방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하며 부시의 침묵을 우회적으로 힐난했다.
부시 전 행정부의 전략가인 칼 로브는 이에 대해 "부시와 체니 두 사람은 정기적으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부시는 체니가 과거 정부의 정책을 대놓고 옹호하는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면서 "다만 체니는 전임 대통령의 특별한 역할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브가 언급한 `특별한 역할'에 대해서는 부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숱하게 언급한 바 있다.
부시 임기 후반에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데이너 페리노는 폴리티코와의 회견에서 부시 전 대통령이 "퇴임 후에는 무대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점을 항상 얘기해왔었다"면서 "그는 과거 퇴임한 대통령들이 후임자들을 다루는 방식을 과거 역사를 통해 목도하면서 이런 인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부시의 한 친구는 부시가 싸움하는 것에 흥미가 없는 것 같지는 않으며 다만 `신사는 항상 신사다워야 한다'는 부시 가문의 신조를 지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부시는 오바마의 외교정책에 관해 관여하지 않는다는데는 확고한 입장이며, 전직 대통령은 논쟁에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는 "전임 대통령이 나를 비판하는 게 별로 좋지 않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후임자를 비판하지 않을 것이다. 후임자가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왔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페리노는 그러나 "체니는 퇴임한 대통령이 아니며, 민주당 진영으로부터 전방위로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에 부시 전 대통령과는 상황이 좀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시 재임 중 백악관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과거 백악관 스태프들 가운데 몇몇은 체니가 좀 더 차분하고 냉정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우리는 모두 체니가 그렇게 행동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반드시 좋은 아이디어라고 여기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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