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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비평] '개성공단 계약 무효' 뉴스에 대해여

입력 : 2009.05.22 11:35|수정 : 2009.09.1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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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의 운명이 결정되는 시간은 다가오는데, 북한은 으름장만 놓고, 우리 정부는 깊은 고민만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SBS 뉴스가 전한 남북관계의 현주소입니다. 이런 것이 언론의 취재부족 때문이고, 실제로 남북 간의 물밑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면 차라리 다행입니다. 그러나 실제상황이 보도대로라면 뉴스는 정부가 고민한다는 보도를 넘어 정부의 고민 내용이 무엇이며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무엇인지를 적극적으로 추적해야 합니다.

지난 15일 SBS 뉴스는 북한이 개성공단과 관련해 맺어진 모든 계약을 무효화하겠다면서 새로운 계약 조건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으면 철수해도 좋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에 따르면 북한은 통보의 이유로 우리 정부가 6.15 공동선언을 부정하고, 적대행위를 하다 체포된 현대아산 직원 유 모 씨 문제를 후속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삼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뉴스는 또 우리 정부의 입장은 북한의 일방적 통보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현대아산 직원 문제의 우선 논의를 양보할 뜻이 없다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전하면서, 하지만 북한이 일방적으로 공단 관련 법 규정을 개정하거나 공단 폐쇄수순을 밟는다 해도 이를 제어할 방안이 없어 정부는 고심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수용하건 않건 사태는 파국을 향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16일 뉴스는 현 상황을 벼랑 끝 전술로 일관하는 북한과 이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우리 정부의 팽팽한 줄다리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줄다리기라면 버티기만 하면 되지만, 현 사태는 훨씬 더 심각합니다.

SBS 뉴스는 17일 상황은 급박한데, 남북 간의 대화 창구는 막혀 정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19일 뉴스는 개성공단 문제의 해법을 놓고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뜨겁다고 보도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여야의 시각차는 정당의 정체성 문제와도 맞물려 있어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의 이념적 편차를 말하고 싶었던듯한데 좀 더 정확한 표현이 필요합니다. 뉴스는 또한 여야 의원들이 설전을 벌이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이 단계에서 국회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으며,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를 추적하는 심층보도로 나가야 합니다. SBS 뉴스에 따르면 북한쪽의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이후 며칠 동안 우리 정부가 한 일은 기존 입장의 고수와 희망적인 기대, 그리고 깊은 고민밖에 없었고, 뉴스는 이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으로 그쳤습니다.

개성공단 문제뿐만 아니라 금강산 관광객 피살에서부터 그동안 남북관계의 주도권은 줄곧 북한 쪽에 있었습니다. 그것은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를 주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못했고, 또한 북한을 어떻게 다룬다는 전략이 없기 때문입니다. 6.15 공동선언에 대해서도 정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분명치 않습니다. 남북문제에는 원칙을 세우기가 어렵다는 15일 뉴스 클로징 멘트가 완곡하긴 하지만 전략과 원칙의 부재를 지적했습니다.

지난 20일 SBS 뉴스는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에서 그것도 가장 오르기 어렵다는 남서 벽에 한국인이 개척한 첫 번째 길이 뚫렸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남서 벽이 높이 350미터를 오르는데 14시간 20분이 걸릴 만큼 험난했다고 전하고, 4전5기 끝에 성공한 산악인 박영석의 멈추지 않는 도전 정신을 강조했습니다. 때 이른 여름 더위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안겨 준 시원한 선물이고, 우리가 살면서 부닥치는 난관을 뚫고 나가는데 불굴의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 준 뉴스였습니다. 졸음운전이 음주운전만큼이나 위험하다는 사실을 전한 19일 뉴스는 봄철 졸음운전을 이겨내는 방법을 알아보겠다는 말로 시작하여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이 뉴스를 끝까지 시청해도 졸음이 오면 한 시간 정도 잠을 자라는 것 외에는 방법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졸음을 쫓는 비방은 없다는 것이 이 뉴스의 결론인 듯합니다. 차를 잠시 세우고 전화를 하고 나면 졸음이 없어졌다거나 하는, 졸음을 쫓는 다양한 경험들을 전하는 뉴스가 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SBS 뉴스는 19일 지난 주말 대전 시위가 국가 이미지를 손상시켰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전하면서, 그가 폭력시위 엄정 대처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은 이 문제를 잘못 다룰 경우 경제 살리기 등 시급한 국정과제 수행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뉴스는 화물연대의 시위 양상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시각은 전하면서도 그들의 시위 이유, 곧 그들에게 어떤 절박한 사정이 있는가를 보도하지는 않았습니다. 대기업에 종속되어 사실상 노동자로서 일하고 있으면서도 법적으로는 노동자로서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화물차 주와 택배기사들은 어느 모로 보나 사회적 약자임이 분명합니다. 경제는 회복되어야 하지만 어떤 내용으로 회복되는가도 매우 중요합니다. 뉴스는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권 투쟁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경제회복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SBS 뉴스는 최근 경기가 나쁘다고 하는데, 시중에는 돈이 넘쳐나고 있는 기형적 경제 상황을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투기적 유동 자금이 소비와 생산적 투자를 위축시키고, 빈부격차 확대로 사회적 양극화의 골도 깊어진다고 진단했습니다. 경기부양이라는 명분을 가진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풀리는 돈의 성격이 무엇인가, 그리고 초저금리 정책이 타당한가에 대한 심층 분석을 보여주는 뉴스가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