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주류인 친이(친이명박)계가 결속력을 재확인했다.
친이계 중진인 안상수 의원은 21일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하기 위해 소집된 의원총회에서 중도성향인 황우여 의원을 제치고 당선됐다.
2차 결선투표까지 펼쳐졌지만 내용상으론 친이계의 낙승이었다. 치열했지만 의외로 싱겁게 끝난 한판승이었다.
안 의원은 1차투표 투표수인 159표의 과반수인 80표에서 단지 7표가 모자란 73표를 획득했다. 또 다른 친이계 후보인 정의화 의원은 39표를 얻었다.
산술적으로 계산한다면 친이계 후보들이 모두 112표를 획득, 친박계의 지원을 업은 황 의원(47표)을 두배 넘게 앞선 셈이다. 2차투표에서 안 의원은 95표, 황 의원은 62표를 얻었다.
황 의원은 친박계인 최경환 의원을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뒤 친박계와 당내 중도파의 지지를 발판으로 한때 1위 자리를 넘보기도 했지만 당내 주류인 친이계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당 일각에선 이를 놓고 박근혜 전 대표의 한계를 일정부분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선거전 중반만해도 친이계가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원래부터 느슨한 조직이었지만 18대 총선 후 1년여간 구심력이 눈에 띌 정도로 약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안 의원이 `보이지 않는 손'의 개입설과 함께 이상득 의원을 겨냥하면서 내부갈등 양상까지 관찰되기도 했다.
친이계 내부에서 "보이지 않는 손 논쟁은 망조"라는 비판이 제기될 정도였다.
몇몇 친이계 의원들은 황 의원의 선거대책위원회에 핵심멤버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친이계는 빠른 속도로 전열을 정비한 뒤 소속 후보들에게 `몰표'를 던졌다.
이 과정에선 친이계 소장그룹을 대표하는 정두언 의원 등이 적지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막강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이재오 전 의원의 '엄정 중립' 태도도 판세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막판까지 흔들렸던 친이계의 표심을 단속하기 위해선 `주류책임론'이란 논리가 사용됐다는 후문이다. 당내 주류인 친이계가 국정에 무한책임을 져야 하고, 당청 소통 부재라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친이계 원내대표가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
또한 친박계에 대한 견제심리도 친이계 결집의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표가 친이계의 '프러포즈'를 거부한 상황에서 황우여-최경환 조가 자력으로 당선되는 것은 친이계의 무장해제와 다름없는 상황이라는 우려가 확산됐다는 것.
이와 함께 `청와대가 친이계 후보의 당선을 원하고 있다'는 등의 루머가 퍼진 것도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친이계 의원들의 결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친이계가 재결집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향후 당 운영에 있어서 주류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모양새가 이어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향후 당내 운영이 친이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4.29 재.보선 참패 후 당내 화합 필요성이 화두로 제기된만큼 친이계 원내지도부도 친박계를 안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한 친이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재선의원은 경선 직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날 승리를)계파의 결집 차원에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며 "안 의원이 인사를 통해 화합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원내대표단을 구성할 때 친박계 인사를 배려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
안 의원도 당선소감을 통해 "박근혜 전 대표에게 감사드린다. 내 몸을 바쳐서 당의 화합에 앞장서겠다"며 화합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깊게 팬 친이계와 친박계의 갈등의 골이 쉽게 메워지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친박계도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당 운영에 무관심한 기조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다.
한 친박계 의원은 "새 원내대표를 지켜보겠지만 진정한 화합이 쉽게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