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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내부고객만큼 외부고객도 생각해주길..

정호선

입력 : 2009.05.21 17:27|수정 : 2009.10.09 18:06

은행들, 잇딴 '직원 섬김' 행보…내부고객만큼 외부고객도 생각해주길


오늘 우리은행은 보도자료를 하나 냈습니다.

   제목은 "이종휘 우리은행장의 '감성경영'"

내용은 그렇습니다. 이 행장이 부친이 장기입원치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천지역 영업점에 근무하는 강 모 과장을 위해 병원을 직접 찾아 격려금을 전달하고 샌드위치 데이에도 자유롭게 휴가를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등 '섬김경영(Servant Leadership)'을 펼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은행장과의 대화'를  매월 새로운 방식으로 실시하고 은행장에게 익명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통통(通通)광장'을 개설하는 등 직원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고 있다 합니다.

'직원감동경영' 행보는 우리은행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하반기 부터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의 한복판에 노출됐던 금융기관들은 - 올들어 상황이 좀 나아지긴 했지만 - 여전히 영업환경이 좋지 않은 만큼 직원들의 기를 살리고 신명나게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불황일수록 살맛나는 직장을 만들자'는 모토로 은행장들이 직접 나서 임직원들과 스킨십을 늘리는 것이죠.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등 직원 친화 경영에 나서고 있습니다. 전직원을 대상으로 30년 넘게 은행근무 통해 터득한 마케팅 노하우를 직접 전수하기 위한 특강에 나서고 사내 소통을 위한 사내인트라넷도 열었습니다.

이백순 신한은행장도 지난 4월 취임이후 직원들과 함께하는 토론과 참여의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인트라넷을 통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초에는 기업고객본부 소속 직원 100여 명과 영업점 지점장 100여 명과 북한산을 등반하는 등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시간도 가졌다고 합니다.

이런 감성경영이 문제가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직원들이 더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최고경영자의 최고 덕목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경영상황 악화 속에서 은행들이 최근 고객에게 행하고 있는 다소 '야박한' 행보는 직원들에 대한 접근과 사뭇 달라 대조적입니다. 직원(내부고객)과 외부고객을 대하는 방식이 심하게 차별적이라는 비판이 그래서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은행들은 마구잡이식 금융상품 판매로 빈축을 샀습니다.

국내 은행들은 신용 리스크가 거의 없는  보증 대출을 해주면서 반대 급부로 예금가입을 강요하거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기업  직원들에게 청약통장 가입을 권유해 물의를 빚었습니다. 일명 '꺾기' 관행이라고 불리는 이런 은행들의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활용해 잇속을 챙기는 것이어서 더 부당하다는 지적입니다.

또 최근 은행들은 '만능통장'이라 불리는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유치를 위해 무리한 영업을 펼쳤습니다. 일부 은행은 직원당 200~300건씩 할당했고, 인턴까지 모두 동원돼 통장유치에 열을 올렸습니다. 소득공제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음에도 소득공제 받을수 있다는 전제하에 고객을 모집해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한 셈이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은행들은 예대마진을 높이기 위해 최근 가산금리를 종전 1%포인트대 초반에서  최고 3%포인트대까지 올렸습니다. 가산금리는 대출금리를 책정할 때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에다 개인 신용도 등을 평가해 덧붙이는 금리. 경기둔화를 우려한 초유의 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대출금리는 별로 변동이 없는 것은 바로 이 가산금리 탓입니다.

CD금리는 작년 9월 말 5.83%에서 올해 3월 말 2.43%로 내려갔지만 은행의 신규 취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평균 7.25%에서 5.43%로 소폭 낮아지는 데 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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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기좀 살려주겠다는데 외부 고객과 연관시켜 섭섭함을 표하는게 다소 비약 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은행은 성격상 제2금융권과는 다른 '공적인 역할'이 분명히 존재하는 업종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은행들은 항상 '금융산업'과 '금융기관' 양쪽 모두에 다리를 한발씩 넣고 있습니다. 규제를 철폐하고 자유로운 경영환경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힐 때, 은행은 '금융산업'의 논리를 철저히 펼칩니다.

하지만 경기 악화로 기업부실이 예상돼 은행들의 연쇄 부실이  우려될 때 최근의 '자본확충펀드' 예에서 보듯, 정부의 지원을 받습니다. 이럴때는 사회적인 역할이 십분 중시되는 '금융기관' 편에 서서 공적인 기능을 강조합니다.

전세계적 경제위기의 시발점이 됐던 미국의 투자은행들도 독자적인 발전과 번영을 자신하다 결국 정부의 공적자금을 받는 신세가 됐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은행도 수익을 내고 더 많은 이익을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기업의 기본에 기반한 경영을 해야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은행이 가진 특수성을 감안해 '냉철한 경제경영학적 판단'에 이은 '플러스 알파'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 '플러스 알파'가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은행의 영업이익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는 두마리 토끼를 잡게하는 그 수완이 바로 '경영의 묘미'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