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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과 초(超)상식의 사이

이은종

입력 : 2009.05.20 08:25|수정 : 2009.05.20 09:20

작가 황석영을 보는 눈


작가 황석영 씨가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해 카자흐스탄을 방문하고 큰 틀에서 현 정부에 동참해가겠다고 말한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황 씨는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진보측으로부터 욕먹을 각오 돼 있다. 큰 틀에서 현 정부에 동참해 가겠다.고 한 데 이어,일각에서 현 정권을 보수 우익으로 규정하지만 스스로 중도 실용정권이라고 한다. 나는 이 대통령이 중도적 생각 뚜렷하게 갖고 있는 것으로 봤다.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황 씨의 이런 발언에 대해 이른바 진보파에서는 변절했다는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민노당 강기갑 대표는『망언에 가까운 발언들을 하고 있다.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진보 논객 진중권 씨는 진보신당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2007년 대선 때 독재타도 외치던 사람은 바로 황석영 씨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사돈 남의 말 하고 계시니…. 기억력이 2초라는 금붕어도 아니고. 욕도 웬만해야 하는 거지 이 정도의 극적인 변신이라면 욕할 가치도 없다.』고 썼습니다.

우파에서도 방향은 다르지만 비난이 나왔습니다.

소설가 복거일 씨는 15일 평화방송에서『좌파 정권 하에서 핍박받은 우익 문인이 많다. 대표적인 게 이문열 씨다. 그런 분 제쳐놓고 갑자기 황석영 씨를 개인적 친분을 내세워 데리고 가면 우파에 속한 시민은 어떻게 보겠나? 우리가 고생해서 대통령 만들었는데 이게 배은망덕 아니냐.』면서 정권을 비판했습니다.

또 작가 한명을 데리고 간다고 해서 이른바 진보나 중도세력이 넘어올 것이냐, 오히려 보수층만 분열시키는 것아니냐는 우파의 걱정도 있었습니다.

진보나 보수 어느 쪽이나 황 씨의 예상 못한 이런 모습에 황당한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황 씨를 두둔한 시인 김지하 씨의 발언은 논란에 부채질을 더했습니다.

시인 김지하 씨는『황석영씨가 발언하는 것은 자기 자유다. 석영이가 그렇게 나쁜 놈 아니에요. 작가가 좀 오른쪽으로 갔다 왼쪽으로 갔다 그럴 자유가 있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진중권 씨에 대해서는 『진중권이라는 사람, 예술이나 문학에 대해서는 전혀 백치다. 미학공부 다시 하라고 하세요.』라고 비난하고, 민노당에 대해서는 『저희들이나 잘하라고 하세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황 씨의 언행은 김지하 시인이 지적한 대로 개인의 자유에 속하겠지요. 작가가 오른쪽으로 갈 수도 왼쪽으로 갈 수도 있다는 지적도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언행으로 인해 나타나는 결과로부터 작가가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봅니다. 작품이 작가의 손을 떠나면 독자들이 판단할 몫이라는 말이 있듯이 작가의 언행도 독자들의 심판대에 올라가게 마련이지요.

더구나 황석영 작가처럼 한국정부의 허가 없이 북한에 가서 북측 최고인사들을 만나고 그 뒤 장기간 망명생활 끝에 한국에 돌아와 복역까지 했던 작가가 별다른 설명 없이 언행에 변화가 생겼다면 누가 곧바로 납득할 수 있겠습니까?

황 씨는『나는 그대로다』라고 했다는 데, 그러면 이번 언행이 과거의 언행의 연장선에 있다는 말인가요? 역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누구나 생각이 바뀔 수도 있고 다른 이유 때문에 생각이 다른 측과 협력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생각이 바뀌었으면 왜 그렇게 변했는가를 설명해야할 것이고, 근본 생각에 변화는 없지만 남북관계를 위해 정부에 협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 그 나름의 설명을 해야 한다는 게 상식일 것입니다.

때로는 상식을 초월한 결단도 필요하겠지요.

다만 결단이 되려면 상응하는 대의명분이 필요할 것입니다. 일부 희생이 있더라도 대의명분과 목표에 한 발짝 다가섰을 때 비로소「상식을 뛰어넘는 결단」이 되는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답답해 보이기만 하는 남북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그리고 황 씨가 이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것인가에 따라 황씨의 언행이 상식을 뛰어넘는 결단이 될 것인지, 아니면 단지 상식을 벗어난 돌출행동에 그칠 것인지 가려지겠지요.


 

[편집자주] 깊이있는 분석과 통찰력이 느껴지는 이은종 기자는 그동안 사회.국제 이슈와 경제 현장에서 오랫동안 현장취재와 데스크를 거치고 현재 SBS 보도국 특임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연륜에서 뿜어나오는 해박한 지식과 함께 일본의 정치.경제에 대한 식견으로 핵심을 짚어주는 글을 보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