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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절개지 붕괴 왜?…지질조사부터 '엉망'

최우철

입력 : 2009.05.18 20:24|수정 : 2009.11.1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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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그런데 이번 사고는 이미 예고된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저희 취재팀이 입수한 자료를 보면 대부분의 절개공사 현장이 공사의 첫 단계인 지질 조사부터 엉망이었습니다.

최우철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사고 현장에서 불과 100m 가량 떨어진 다른 절개면입니다.

암석 사이에 얇은 틈이 생겼거나 마찰로 부서진 흙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수곤/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예상 못한 것 같은데 깎아놓고 보니깐 이렇게 점토도 많이 나오고, 많이 깨져있으면 여기는 또 무너질 위험이 있는 지역이거든요.]

수시로 지질 상태를 확인해 경사 각도나 보호 설비를 안전하게 보완해야 한다는 규정이 무시된 것입니다.

[이상현/화성 택지개발지구 감리단장 : 암석에 육안으로 봐가지고, 검토를 하고 그 부분이 저번에 안정성 검토가 다 되어 있는 것 아닙니까?]

SBS가 입수한 소방 방재청 용역조사 보고서입니다.

전국 위험절개지 100곳을 조사한 결과 90% 가까운 곳이 이처럼 절개지 지질상태 확인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절개 공사 이전에 이뤄지는 지질 조사도 엉망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암석의 강도와 방향, 특성 등 3가지 요소를 측정하는 지표 지질조사를 제대로 한 곳은 8%에 불과했습니다.

또 '시추'를 통해 직접 땅을 뚫고 지하 지질을 점검해야 한다는 규정도 무시되고 있습니다.

무려 98%가 표면의 '기반암' 상태만 확인하고, 하층부 '지반' 상태 점검은 생략한 채 조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설계와 시공의 기초가 되는 지질조사가 엉망이다 보니 사고 위험을 미리 발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상곤/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부실한 지질조사 가지고 설계해 봤자가 그게 무슨 설계가 제대로 될 것이며, 그 설계 가지고 공사해봤자 그게 안정성을 보장해 줄 수 있겠냐고요.]

절개지 붕괴 사고가 날 때마다 공사 업체들은 지반 약화 등 천재지변을 탓하지만 애초에 안전이 무시된 인재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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