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성경에는 종종 세리(稅吏)가 등장합니다.
당시 세리는 유대인이면서도 로마 정부의 관리였는데요, 지금처럼 시험이라는 절차를 통해 국가의 공무원이 된 것이 아니라 나라로부터 세금 징수권을 일정 정도의 돈을 내고 구입한 뒤 자신의 구역 내에서 세금을 악착같이 거둬들였기 때문에 세리들은 모든 유대인들에게 지탄을 받았습니다.
제가 갑자기 세리 이야기를 꺼낸 것은 특별 세무조사 추징금을 줄여주겠다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7급 세무공무원 이 모 씨 때문입니다.
이야기는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씨는 피해자 안 모 씨를 자신이 근무하고 있던 한 지역 세무서에서 만났습니다. 당시 안 씨는 소득세 납부 유예 신청을 하러 갔었는데요, 제출된 서류를 통해 피해자 안 씨가 상당한 자산가라는 사실을 알게된 이 씨는 안 씨를 졸라 몇차례에 술과 식사를 얻어 먹었습니다.
그러나 '말을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는 말을 증명하듯 이 씨의 요구는 점점 더 세졌는데요, 급기야 이 씨는 피해자 안 씨의 회사가 올해 2월 특별 세무조사를 받고 추징금 60억을 내게 되자 "세무 조사팀의 동기에게 부탁해 추징금을 10억 이하로 줄여주겠다"는 명목으로 돈 1억 2백여만 원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부정하게 건넨 돈이 효력을 발휘할 리 없습니다.
추징금은 이 씨가 약속했던 10억보다 훨씬 많은 40억이 나왔고 기대에 못미쳤다고 판단한 피해자 안 씨는 당연히 결과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는데요.
여.기.서 세무공무원 이 씨의 태도가 바뀝니다. 이 씨는 안 씨와의 전화 통화에서 "너무 욕심 부리는 거 아니냐, 그 정도만 해도 많이 깎아준거다", "자꾸 준 돈 어디다 썼는지 추궁하면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겠다(60억 물도록 하겠다는 의미)"는 등 은근한 협박을 일삼는 말들을 하는가 하면 "재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투서를 관공서에 보내겠다'는 식의 협박 문자 메시지까지 보낸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결국 뇌물을 준 사실이 두려워 말 못하던 안 씨는 경찰에 신고를 했고 세무공무원 이 씨는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현재 공무원 이 씨가 실제로 세무조사팀의 대학 동기와 만난 사실을 확인하고 왜 세금이 60억에서 40억으로 줄었는지. 혹시 축소 로비를 하지는 않았는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들을 살펴보고 있는데요.
아마 피해자 안 씨도 뇌물을 건넨다는 게 나쁘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에서 60억이라는 세금을 하루 아침에 내야한다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해 공무원 이 씨의 요구에 쉽게 넘어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조심스레 드는데요.
그만큼 세무공무원들이 기업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에게도 무서운 존재라는 얘기겠지요.
세무공무원과 세리는 엄연히 다른 존재이지만, 이렇게 세금 징수권한을 이용해 서민을 울리는 세무 공무원은 제가 보기에 세리보다 더 나쁜 사람같아 보입니다.
공무원이 뇌물을 받는 일은 슬프지만 사실 흔한 기사입니다. 또 이 씨가 실제로 받은 금액도 1억여 원으로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들이 비해 적은 것도 사실이고요.
그 어떤 공무원보다 높은 청렴성이 요구되는 세무 공무원.
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 세무공무원이 구속됐다는 기사보다는 세금 체납자들과 씨름하고, 세금을 내지 않는 '나쁜 사람'들로부터 세금을 성실히 걷어 국정 운영을 돕는 착한 세무공무원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쓸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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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07년에 입사한 SBS 사회2부의 새내기 최고운 기자는 늘 밝은 웃음으로 사건팀에서 '비타민'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험한 사건사고 현장을 누비면서도 인간적인 매력을 잃지 않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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