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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최근의 한나라당 상황을 내홍, 또는 내분이라는 말로 표현하면서 그 배경을 상호불신에서 찾고 있습니다. 불신이라는 피상적인 진단이 나오니까 처방도 상호신뢰의 바탕을 만들어야 한다는 식의 추상적인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정치집단 사이의 화합은 신뢰냐, 불신이냐 보다는 양쪽이 어떤 협상 항목을 가지고 있느냐에 달린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11일 SBS 뉴스는 당의 주도권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내홍이 오래갈 것 같다고 전망했습니다. 조기 전당대회 개최 문제에 대한 당 내부의 이견을 '당의 주도권을 둘러싼 내홍'이라고 규정한 것입니다. 뉴스에 따르면 조기 전당대회에 대해 박희태 대표는 반대, 친이계 의원들의 모임인 '함께 내일로'는 찬성, 친박계는 반대한다는 입장입니다. 보도된 대로라면 한나라당 내부의 상황은 내분이 아니라 주요 이슈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 통상적 의사결정과정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더욱이 친이계는 자신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현 체제를 바꾸는 조기 전당대회를 찬성하고 있는 반면 친박계는 오히려 이를 반대하고 있으니 주도권을 쥐기 위한 싸움인지, 주도권을 쥐지 않기 위한 싸움인지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여기서 뉴스가 할 일은 각 계파의 입장 차이가 왜 나오는지에 대한 분석입니다. 예를 들어 친박계로서는 조기 전당대회가 당권을 장악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는데 왜 반대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SBS 뉴스는 지난 12일 한나라당의 내홍을 불러 온 양쪽의 불신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친이계는 박 전 대표가 친이계의 몰락을 기다렸다가 당을 접수하려 하지 말고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도우려는 성의를 보이라는 입장인 반면, 친박계는 친이계가 재보궐 선거 참패의 위기를 넘기려고 상황을 호도하지 말고 자신들을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 대통령은 친이계를 통해 당과 국회를 장악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는 국회가 자신의 발목을 잡게 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친박계와 권력을 나눌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반면에 친박계의 핵심 목표는 차기 집권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친박계에 있어서 국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느냐를 결정하는 기준은 그것이 차기 대권의 목표에 득이 될 것인가, 해가 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결국 양쪽이 내놓을 협상 항목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한나라당의 문제는 상호불신이 아니라 양쪽이 자신의 이익이냐 불이익이냐를 따지지 않고 값나가는 협상 항목을 내놓는 결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와 권력을 나누겠다는 결단을 내리느냐, 그리고 박 전 대표가 대권의 길에 장애가 되더라도 국정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결단을 내리느냐 하는 것입니다. 언론은 한나라당의 문제를 분석하면서 불신이 문제라는 당 내부의 시각에 매몰되어서는 안 됩니다.
주가가 치솟고, 환율은 내려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있는데 실물경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는 현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무엇이고, 그것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하는 문제는 언론의 주요 분석 대상입니다. 지난 7일 SBS 뉴스는 이 대통령이 노동유연성 문제를 올해 말까지 최우선적으로 해결할 것을 주문했다고 전했습니다. SBS 뉴스는 지난 8일 정부가 수도권 서남부와 동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개발 계획의 청사진을 내놓았는데, 여기에는 각종 규제로 묶어 놓았던 수도권 개발을 더 이상 억제하지 않겠다는 정책의지도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SBS 뉴스는 12일 시중에 풀린 자금이 금융시장에만 맴돌면서 투기적인 주식과 부동산 거래로 이동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설비투자와 민간소비가 살아날 기미가 보일 때까지 낮은 기준금리체계를 유지하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입장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며칠 동안의 SBS 뉴스에 따르면 정부는 노동유연성을 높여 기업이 정리해고를 쉽게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수도권 개발을 통해 건설경기를 부양시킨다는 지금까지의 경제위기 대응책을 크게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풀린 돈이 금융과 부동산시장이라는 항아리를 넘쳐 실물경제로 흘러들어갈 때까지 자금 공급을 계속하겠다는 것이 정책의 큰 줄기입니다. 이제 뉴스는 이런 정책이 어떤 경제적 효과를 가져 오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가를 분석해야 합니다. 상식적인 눈으로는 실업자는 오히려 늘어나고, 수도권 개발을 억제함으로써 지역균형개발을 추진한다는 과거의 정책은 폐기되며, 넘쳐나는 돈으로 빈부 격차가 더욱 커져 성장률이 서민생활과 동떨어져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언론의 심층 분석이 요구되는 대목입니다.
국민은 정치 지도자에게 자신의 이익보다는 국가의 이익을 우선하는 애국적인 태도를 기대합니다. 반면에 정치인들에게 활력을 주는 에너지는 권력에 대한 욕망과 정치적 계산에서 나옵니다. 국민의 기대와 자신의 실제 모습 사이의 간격을 메우기 위해 정치인들은 흔히 상대를 비난함으로써 자신의 모습을 포장합니다.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말들을 넘어 그들의 속셈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것이 언론의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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