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사회

"신영철 용퇴해야" vs "논란 끝내야"

입력 : 2009.05.13 22:55

일선 판사들 서로 엇갈린 반응


이용훈 대법원장이 13일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논란과 관련해 엄중경고 및 유감 표명을 한데 이어 신 대법관이 사과문을 내자 일선 판사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젊은 판사들은 대체로 이 대법원장이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결정과 같은 수준의 조치를 취하고 신 대법관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하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부장판사급에서는 적절한 수준에서 사태가 마무리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부산의 한 판사는 "소장판사들은 사태를 대단히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데 대법원이 사태를 너무 안일하게 인식하는 것 같다"며 "신 대법관이 사표를 내지 않고 버틴다면 정면 대결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한 어조로 성토했다.

한 고등부장판사도 "신 대법관에게 징계를 내리는 것이 법리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상당히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떠나 많은 후배 법관들이 물러날 것을 요구하다면 떠나는 게 옳다"며 "이것만이 현재 사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고위 법관은 "젊은 판사들이 소신으로 얘기하고 있긴 하지만 부장판사는 속내를 잘 얘기하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대법원장이 입장을 냈다면 그 정도로 마무리하는 것도 하나의 답이 아닌가 생각하는 판사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또 "대법원장 결정을 놓고 다시 논쟁이 이뤄지면 과연 젊은 판사들이 생각하는 사법권 독립과 국민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점도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인재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대법원장께서 잘 (결정)해주셨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법원 내부전산망에는 윤리위 결정 이후 처음 판사들의 움직임을 비판하는 글이 게시돼 내부 갈등으로 번질지도 주목된다.

정진경(46·사법연수원 17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징계로는 정직도 힘들 사안을 갖고 대법관을 사퇴시킨다면 헌법상 보장된 법관의 신분 보장은 휴지 조각이 될 것"이라며 "법관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고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소장파의 움직임을 비판했다.

반면 한 재경 법원 판사는 "만약 촛불집회를 옹호하는 법원장이 있었더라면 사태가 어떻게 전개됐겠느냐. 다른 법관을 물러나게 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더 큰 문제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판사들은 의견표명도 할 수 없는 것인지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신 대법관이 법원 내부망에 올린 사과글에는 법원 직원들이 올린 '謹弔 사법부'라는 수십개의 댓글이 붙었고, 신 대법관을 비판하는 판사들의 비판글도 계속 올라왔다.

또 서울가정법원 김윤정(33.32기) 판사가 12일 "침묵이 긍정으로 오해되는 것이 싫다"며 내부 전산망에 검은 리본을 올리자고 제언한 글에는 '▶◀謹弔 사법독립'이라는 댓글이 300여개나 달렸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낸 성명을 통해 "대법원장이 윤리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신영철 대법관에 대해 엄중경고 및 유감을 표명한 것을 보고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대법관직은 도덕적 권위로서만 그 신성함이 지켜질 수 있는 자리인 만큼 신 대법관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도리"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