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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C 주사를 아십니까

조성현

입력 : 2009.05.13 15:01|수정 : 2009.05.15 17:23


요즘 PPC로 불리는 살빼기 주사가 유행이라고 합니다. 인터넷 비만 관련 카페나 지식 검색 사이트에서 쉽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PPC로 검색을 해보면 꽤 많은 성형외과나 비만 클리닉이 이 요법을 광고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PPC란 '포스파티딜콜린(Phosphatidilcolin)'으로 불리는 콩 추출물 성분의 인지질을 말합니다. 성형외과의들은 이 주사가 지방세포를 파괴하는 역할을 해 비만치료에 그만이라고 광고하지요. 특히 겨드랑이나 허벅지 등 적은 부위의 지방을 없애는 데 효과적이라고 강조합니다.

PPC는 원래 혈관속 콜레스테롤을 없애거나 지방간을 없애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 브라질의 한 성형외과 의사가 PPC 성분으로 눈밑 지방을 제거하는 데 써봤고, 여기에 효과가 있자 성형외과들 사이에 이 시술법이 퍼져나갔습니다.

PPC 주사약은 J제약이 만드는 '리포빈'이라는 약입니다. 앰플 하나에 5ml가 들어있는데 이 앰플 주사 한대를 맞는데 7만 원에서 10만 원 정도 듭니다.(이게 병원에 얼마에 공급되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한 의사는 2만 원 정도에 들어온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방흡입술을 받을 경우 수술 후 한달 정도 코르셋을 입어야하는 등 불편이 많지만 이 PPC 주사는 비교적 수술후 회복이 빠르다고 알려져 '간단한 시술'을 원하는 이들이 많이 찾습니다.

             

문제는 이 PPC 주사약은 살빼기 주사 용으로 허가받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해 이 약의 시판을 허가할 때 '간성혼수 보조제'로 승인해준 게 다입니다. 그런데도 환자들에게는 이런 설명없이 마구잡이로 시술되고 있는 겁니다.

실제 이 PPC 시술을 하는 병원 몇 곳을 찾아가 상담을 받아봤더니 의사들이 이를 시술하면서 약의 본래 용도 대한 설명을 하지 않더군요. 인터넷 광고에도 이 약이 간질환 치료 보조제인지 설명한 곳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심지어 어떤 의사는 이 약이 미 FDA의 허가를 받았다고 거짓말까지 했습니다.

PPC 시술을 놓고 성형외과 의사들 사이에도 말이 엇갈립니다. 이 시술로 영업을 하는 의사들은 여러 학회의 임상 보고를 통해 안전성이 검증됐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의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소규모 케이스 발표는 있었겠지만, 공인되고 대규모로 장기간 진행된 실험이 없던 만큼 안전하다고 단정짓기 이르다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미국 식품의약국 FDA는 지난 2003년 이 PPC 성분의 살빼기 주사 효과를 광고한 한 업자에게 "안전성과 효과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경고 서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청도 지난 3월말 이 PPC 주사약이 살빼기 용도로 쓰이는 데 대해 의약품 안전성 경보를 내렸습니다. 이 약의 용도가 살빼기 주사로 허가된 게 아니니 주의해서 사용하고 부작용이 있으면 보고해달라는 내용입니다.

물론 의사들이 A라는 약을 허가받은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어서 허가외 용도로 사용(offlabel use)한다고 처벌받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PPC를 홍보하는 의사들이 주로 인용하는 예가 안검경련(눈떨림) 치료제인 보톡스가 다른 성형 용도 약으로 널리 쓰이는 것이나 아스피린이 심혈관 질환 예방약으로 쓰이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주사를 맞는 환자들에게 의사들이 정확한 설명을 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겁니다. 환자들이 적어도 자신이 맞는 주사가 어떤 용도로 허가받은 약이고, 본래 용도는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편집자주] 2002년 기자 생활을 시작한 조성현 기자는 2007년 SBS로 둥지를 옮겨 사회2부 사건팀에서 활약 중입니다. "취재는 냉철하게, 마음은 따뜻하게.." 일한다는 그는 최근 학부모들에게 큰 충격을 준 '일산 초등생 엘리베이터 유괴미수' 사건을 특종 보도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