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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 제품 아니면 관리 대상 아냐"

홍순준

입력 : 2009.05.13 10:12|수정 : 2009.05.15 11:44

"'하이드록시컷' 허가해 준 적 없기에 단속 권한도 없어"…황당한 식약청 공무원


몸짱 열풍이 한창일때, 웬만한 헬스크럽에 가면 트레이너들이 우유에 흰색 가루를 섞어서 마시라고 권해 줬습니다. 땀도 많이 나고 근육도 강화된다면서 말이죠.

지금도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이나 근육 운동을 하는 남자들, 또 군인들이 주로 먹는 다이어트 보조제인데요, 바로 '하이드록시컷' 이란 것입니다.

이걸 먹으면 몸에 열이 나고 땀도 많이 납니다.

지방을 빨리 태우기 때문에 살이 잘 빠지고 지구력이 늘어나 힘든 운동을 오래해도 잘 견딜 수 있다고 하죠. 그런 보조제 제품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이 바로 하이드록시컷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선 한글로 된 사이트를 통해 한국인 명의로 된 계좌로 입금을 하면 미국에서 보내오는 택배로 3, 4일 뒤면 받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다만 연락처가 없어서 하자가 있거나 문의사항이 있을 때는 게시판만을 이용해야 한답니다.

한국 업자가 미국 사이트를 열고 사업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남대문 시장이나 일부 수입상가를 가도 찾을 수 있다고 하는데, 120정 짜리가 보통 4만원에서 7만원 정도 하고, 드링크제 형태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하이드록시컷이 지난 5월 1일 미국 FDA 에서 복용금지와 리콜 처분을 받았습니다. 19살 먹은 청년이 심각한 간 질환으로 숨졌는데, 바로 이 제품 때문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또 한명은 간 이식 수술을 받아야 했고, 23명이 간과 심장 질환으로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FDA는 정확한 이유를 조사중입니다.

당시 미국 CNN 등 주요 언론들은 이 내용을 주요뉴스로 보도했고, 우리 언론들도 외신을 인용해 '복용 금지와 리콜 처분'을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 식품당국은? 어제(12일)까지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식약청 홈페이지의 '위해정보과' 통신란에 FDA가 금지한 14개 하이드록시컷 제품명만 별 설명없이 띄워놓은게 전부 다 였습니다.

급기야 한국 소비자원에서 어제자로 '소비자 보호 경보'를 발령했습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정말 이상합니다. 왜 식약청에서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지 저희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오늘 경보를 발령하면서 식약청에서도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할 계획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식약청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과거 공보실과 기자실이 있던 곳에 다른 부서가 들어와 있더군요. 지난 주 급히 부서 배치를 바꿨다며 공보실은 뒷 건물로 옮겼다고 했습니다.

식약청은 석면 탈크 사태를 계기로 해외의 위해정보를 신속히 다루겠다며 '위해 정보'부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담당 과장에게 물어봤는데 예상외로 엉뚱한 대답이 나오더군요. 들어보실까요.

"공식적으로 하이드록시컷은 우리나라에 없습니다. 저희가 허가해 준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관리할 대상도 아니고 단속 권한도 없고, 찾을 수도 없습니다. 미국에서 금지했다길래 우리도 홈페이지에 띄웠어요."

제품명 띄워놓고 할 일 다했다는 겁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래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식품인데 허가해준 적이 없기 때문에 관리할 생각도 못한 거냐고 물었더니 다른 공무원은 '마약'을 예로 들더군요.

"마약처럼 불법으로 들어온 것을 우리가 어떻게 관리합니까? 마약이야 마약관리법에 정해져 있으니까 단속이라도 하지만, 하이드록시컷은 '식품위생법'상 적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든 할 수 없습니다."

정말, 참 공무원들이란...

취재를 좀 더 열심해 해 들어가니, 솔직한 거라고 해야 하나...담당 공무원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저희도 사실 몰랐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건지도 몰랐고...국내에서도 보도가 됐었는지도 몰랐고...방통위와 협의해 해당 사이트에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언제 그런 결정을 했냐고 물었더니 '조금 전' 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사실 식약청 공무원들 지난주에 좀 바빴을 겁니다. 대규모 조직 개편이 있었고, 부서간 장소 이동도 있었고, 5월 초 연휴도 있었고...그런 등등의 이유로 해외에서 주요뉴스로 다뤄지고 국내 뉴스에서도 보도가 됐었는데도 볼 틈이 없었나 봅니다.

도대체...할 말이 없더군요.

 

[편집자주] 경제부 산업팀에서 활약 중인 홍순준 기자는 삼성.LG등 전자업계와 공정위, 소비자원을 출입하고 있는 고참 기자입니다.  1995년 입사 후에는 사회부, 정치부 기자로 잔뼈가 굵었고 사건팀의 리더인 '시경 캡'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특유의 돌파력과 폭넓은 취재로 보내오는 기업 내면의 깊은 이야기들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