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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걷는 것조차 힘에 겹고, 가끔씩 마른기침을 해대는 노변사 '신출'.
그러나, 영화 대사를 읊을 때면 여든을 넘긴 나이가 무색할 만큼 쩌렁쩌렁 힘이 넘친다.
[신병균(신출, 81) : 어머님, 불효자가 돌아왔습니다. 이 세상을 가실 때에 눈물로 가셨나요, 웃음으로 가셨나요.]
무성영화 시절,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화려한 이력과 함께 .
[신병균(신출,81) : 그 때는 아주 변사가 (엄지손가락) 최고 난리였다고.]
그의 이름 앞에는 10년이 넘게 따라붙는 수식어, '이 시대의 마지막 변사'!
변사로 살아온 한 평생 그의 예술 인생을 만나본다.
힘겨운 걸음을 옮기며 꺼내온 서류가방.
포스터며 영화 티켓, 비행기 표까지 온갖 자료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방은 80평생 그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보물상자다.
[신병균(신출,81) : 일본에서 이걸 한 걸 내가 가져온 거예요. 기념으로 했으니까. 날짜 한번 보세요. 1996년 7월 11일.]
무성영화 시절, 영화에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던 '변사'!
바로, 그의 직업이다.
[신병균(신출,81) : 12살 때부터 따라다니고, 13살에 변사를 처음에 시작을 했으니까.]
그의 한 평생 예술인생은 열두 살, 의붓어머니의 구박을 못 견뎌 가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신병균(신출,81) : 갈 데가 없어. 어린 마음에 갈 데가 없으니까, 어디로 갔냐하면 저리 갔지, 극장 앞으로.]
13세 어린 나이에 변사로 데뷔한 그는 당대를 주름잡던 변사 김선동 대신 영화 '아리랑'으로 변사에 데뷔했던 그 날의 감격을 잊지 못한다.
[신병균(신출,81) : 이튿날 영화를 하는데 변사가 안 나타나. 그래 무성영화를 돌릴 수 있나. 그러니까 수표주임이 "야! 신꼬마야, 이리 와! 청소할 때 보니까 목소리가 좋더라. 너 한번 해 봐!" 끝나니까 막 박수가 나오고 그러거든. 아주, 뭐 요란하지. 어깨가 힘이 올라가는 거야.]
변사 신출의 목소리 연기는 단순한 해설과 그 차원이 다르다.
[신병균(신출,81) : 영화 보면 세월이 십 년이 흘렀다, 그 언제냐 그러면 그 십 년이 흐르는 게 어떻게 해서 흐르느냐, 이걸 알게 해 주는 게 변사야. "꽃피고 새우는 봄철이 지나가니, 만산 유금은 요동을 꾸며주고 주야 창창 노래소리 사면에서 들려오니 제비는 강남을 찾아가고 낙엽은 부끄러운 듯이 인간 발밑에 밟히고, 마른 나뭇가지에 나비도 물결치니 찬바람 부는 폭풍 엄동설한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지나갔든가."]
당대 인기스타 변사로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시련이 닥쳐왔다.
8.15 해방 이후 소유하던 극장에 불이 난 것이다.
[신병균(신출,81) : 극장 불나는 바람에 그냥 하루아침에 그걸 팔아가지고 보상을 해주니 그 어째. 우리는 셋방 갈 돈도 없었어.]
이후 택시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그는 지난 2002년 다시금 변사로 부활해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다듬는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나이 탓에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공연을 앞두고 있지만, 무대에 설 때 느끼는 설레임과 흥분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신병균(신출,81) : 이제 나이가 있으니까 그게 하나 걱정이지. 목소리가 제대로 나와서 관객들이 좋아할까, 그거이 걱정이지 딴 거 걱정은 없어요. 이거 하는 거, 정말 영광이죠.]
사람들의 박수소리와 함께 올해 나이 81세의 신병균은 또 다시 이 시대 마지막 변사 '신출'이 된다.
그의 대표작 '검사와 여선생' 필름이 돌아가면서, 녹슬지 않은 왕년의 실력이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대본도 없이 한 시간을 끌고 가는 그의 구성진 목소리가 시작되고, 마치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 영화에 빠져드는 관객들.
어느새 눈시울까지 붉어진다.
[신병균(신출,81) : 검사와 여선생. 이것으로 끝입니다.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장태순/북가좌1동 : 너무 감격스럽고요, 정말.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이런 영화, 가끔 좀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심종일(80)/동대문구 전농1동 : 그 전에 중학생 때 이걸 보고 다시 보고 싶은데, 당췌 볼 수가 없었어. 그래서 일부러 이렇게 와서 본 거예요.]
21세기 영화계에선 이미 잊혀진 이름, 변사!
하지만 무성영화시대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전했던 이 시대 마지막 변사 신출의 멈출 수 없는 영화사랑은 오늘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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