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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 주민들은 오히려 '실망'

홍순준

입력 : 2009.05.12 10:07|수정 : 2009.05.12 10:12


그린벨트 개발이 결국 현실화됐습니다. '헬기에서 내려다보면 서울 근교가 모두 비닐하우스'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 나온지 석달도 안돼 고양과 세곡, 우면, 미사 지역 등 일산 그린벨트와 강남권 그린벨트가 풀렸습니다.

사실 이번에 개발 발표가 난 곳들은 다 금싸라기 땅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다보니 일부 성급한 언론에선 '지역 땅값이 벌써 들썩인다', '부동산에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라는 기사를 마구 냈습니다. 하지만 정작 지역에선?

어제(11일) 정부의 공식발표 직전, 하남 미사리 일대를 직접 돌아다녔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폭풍전야라고 할까? 하남시 망월동과 풍산동 일대는 정말 고요했습니다. 공설 운동장에선 럭비 선수들의 훈련 소리만 들려오고 망월동 남쪽 신규 아파트 단지에선 공사장 노동자조차 비를 피해 일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이 일대는 비닐하우스촌과 논, 밭, 그리고 창고부지로 꽉 들어찬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규모는 정말 크더군요. 조그만 신도시 하나 개발해도 괜찮다 싶은 땅이었습니다. 남쪽으론 낮은 산과 평지, 북쪽으론 한강...정말 끝내주는 지역성을 갖고 있단 느낌이었죠.

하지만 예상과 달리 정부 발표에 대해, 엄밀히 말해 '보금자리 주택' 개발 발표에 대해 지역 부동산업자들과 주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이었습니다. 보금자리 주택은 공공기관이 직접 건설하는 85제곱미터 이하의 소형 아파트와 임대주택입니다.

하남시 망월동 부동산 업자의 말을 정리했습니다.

- 지역 사회에선 큰 소식 아닌가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시장할 때부터 말해왔고, 지자체장이 선거 때부터 말해왔던 거라 그린벨트 풀린다는 건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닙니다. 20년전부터 수용될 것이라 예상됐던 땅이고 누구나 예상했던 지역입니다. 지금 풍산동, 망월동, 선동을 합해서 162만 평인데요, 정부가 발표 165만 평 가운데 거의 전부를 합친 지역이라고 해도 됩니다. 4만 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라고 하죠?"

- 개발 정보가 나오면서 땅값이 들썩이진 않습니까?

"지금 이 곳  땅값이 워낙 비싸서... 개발 소식은 전부터 흘러 나왔지만 문의는 별로 없는 편입니다. 값도 오르지는 않았습니다 급매물만 거래됐을 뿐입니다. 영향 전혀 없습니다.

- 땅값이 더 오르지 않을까요?

"지금 이미 전답은 평당 2백만 원선입니다. 이전에 그린벨트가 해제된 땅은 6백만 원선이고요. 도로변은 평당 2천만 원까지 합니다. 오를만큼 이미 오른 지역입니다. 경기가 워낙 안 좋다고 해도 한창 올랐을 때와 차이가 없습니다. 이 지역 땅값은 외환위기 때도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앞으로 경기 풀리면 땅값이 더 오를 수 있는 여지는 있겠지요."

- 땅 사겠다는 문의는 많나요?

"문의는 항상 있어 왔어요.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지역 아닙니까? 그렇다고 최근 그린벨트 풀린다고 문의가 늘고 그런 건 아니에요. 땅값이 워낙 비싸서 선뜻 사지 못합니다. 거래가 생각보다 없을 겁니다. 수용된다고 발표나면 양도소득세 때문에 못 들어오지 않겠어요? 대대로 살던 사람들은 땅을 놔두고 이주자가 돼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야겠죠. 그린벨트 주민들은 재산상 침해를 본다, 이럴 수 있겠지만 수용돼 개발되는데 반대는 크지 않습니다."

- 지역 여론은 어떤가요?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아까운 땅인데 서민위해 짓는다고 하죠. 서민 아파트 짓기엔 입지 조건이 너무 좋아서 그런 쪽으로 보면 아쉽기도 하고요. 주민들도 전체적으로 아깝다고 생각할겁니다. 실제로 보금자리로 잡혔다고 발표한다니 조금은 당황스럽네요. 입지조건이 좋고 자연풍광이 좋아서 개발되더라도 조금 고급스런 분위기의 개발이 되길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바라고 있었습니다. 지역발전에도 문제가 있을 거다, 이런 생각입니다."

 

[편집자주] 경제부 산업팀에서 활약 중인 홍순준 기자는 삼성.LG등 전자업계와 공정위, 소비자원을 출입하고 있는 고참 기자입니다.  1995년 입사 후에는 사회부, 정치부 기자로 잔뼈가 굵었고 사건팀의 리더인 '시경 캡'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특유의 돌파력과 폭넓은 취재로 보내오는 기업 내면의 깊은 이야기들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