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LG 디스플레이가 경기도 파주에 8세대 LCD 패널 신규라인을 연데 이어, 4월 15일 경북 구미에 신규라인을 또 개설하고 6세대 LCD 패널 생산에 들어갔습니다.
삼성전자도 2분기 안에 충남 탕정에 LCD 패널 8세대 두번째 라인의 생산설비를 본격 가동할 예정입니다.
LCD 패널 업계에서 우리나라의 가장 큰 경쟁국은 타이완입니다. CMO, AUO 등 타이완의 상위 4개 회사 정도가 눈여겨볼 상대인데, 이들 업체들은 지난 연말 경영난이 워낙 심각해서 공장 가동률을 50%까지 낮췄었습니다.
그런데 타이완 업체들도 최근 공장 가동률을 80%대까지 올렸습니다. 생산량을 이렇게 늘리는 이유는, 최근 세계 TV 시장에서 수요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난 연말 생산량을 급격히 줄이다 보니, 이젠 공급이 딸리면서 가격까지 오르는 상황입니다. 물론 50%가까이 떨어진 가격이 최근 5% 올랐다고 아주 좋아할 처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하락세가 멈췄다는 건 의미가 있죠.
지금 상황이라면 3분기부터는 LCD 패널 공급량이 수요를 넘어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실정입니다. 그럼 가격은? 물론 그 때까진 조금 오르다가 또 요동을 치겠죠.
일각에서는 반도체처럼 결국 공급과잉 속에서도 가격을 내리면서 출혈경쟁을 하는 이른바 '치킨 게임'이 LCD 업계에도 불어닥칠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라도 생산량을 줄여서 가격 조절을 해야 하는게 정답 아닌가 싶은데요. 이에 대해 우리 업계는 시각이 다르더군요.
치킨 게임이 벌어지려면 세트업체, 즉 LCD를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 업체가 LCD 패널 업체를 골라가며 공급을 받는 이른바 '갑을 관계'에서 갑의 위치에 확고히 서야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공급선인 패널 업체가 물량을 다 대주지 못하기 때문에 '갑'의 자리에 있다는 거고요. 파는 사람이 오히려 큰 소리 친다는 겁니다.
또 증설을 하고 신규 생산을 늘리는 과정에 기술발전으로 말미암은 경비 삭감, 즉 가격 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계속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세트업체가 물량을 요구할 때, 그동안 잘 공급해주다 갑자기 물량이 없다고 하면다른 업체를 찾을 것이고 그 곳에서 공급을 잘 받게 되면 기존 거래선을 바꾸게 된다는 거죠.
공급자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언제나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거죠.

타이완 업체들과의 경쟁에 대해서도 약간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중국 농촌의 소비진작을 위해 새로운 가전제품을 살 때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적 이유로 타이완 제품들을 끌어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죠. 그런만큼 우리 제품들은 중국 시장에서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 업체들은 이에 대한 시각도 약간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물론 중국 농촌 지역에서 타이완 업체들에 대해 어려운 경쟁을 겪겠지만 우리 업체들의 목표는 농촌이 아닌 중국 대도시라는 겁니다. 대도시에 '돈 좀 있으신' 분들은 아무래도 훌륭한 제품을 더 선호할 것이고 우리 제품들이 그 점에선 경쟁력이 더 뛰어나다는 거죠.
또 하나, 걱정을 좀 줄여도 되는 이유를 하나 대던데요. 이른바 '두부장사와 콩장사론'입니다. 두부값이 떨어지면 두부장사가 망할까요? 아닙니다. 콩장사가 망한다는 겁니다. 두부장사는 어디서든지 값싼 콩을 사들이면 되죠.
우리 업체들은 삼성이나 LG나 모두 두부장사와 콩장사를 겸하고 있습니다. 포트폴리오가 좋기 때문에 정말 치킨게임을 가더라도 내부적으로 소화가 어느 정도 된다는 겁니다.
가격 문제도... 어떻게 보면 떨어지는게 당연하다는 입장입니다. 처음 나올때야 비싸게 팔 수 있지만, 전자제품이란게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떨어지는 건 '이치'라는 거죠. 그래서 새로운 제품, 성능 좋은 제품을 계속 개발해야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다고 설명하더군요.
물론 계속 생산을 늘리고 공장 증설을 서두르고 있는 우리 업체들이 직접 하는 얘기기 때문에 '생산 확대'의 당위성에 그칠 수 있는 설명이긴 하지만, 나름 일리는 있더군요.
지금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은 딱 반반입니다. LCD 에서도 연말쯤 가면 치킨 게임이 벌어질 것이다, 아니다가 말이죠.
그런데 하나는 확실합니다. 수년 뒤면 LCD 에서도 치킨 게임이 벌어진다는 것!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려면 제품군마다 '치킨 게임'에 대한 노하우와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세계 시장, 정말 치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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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경제부 산업팀에서 활약 중인 홍순준 기자는 삼성.LG등 전자업계와 공정위, 소비자원을 출입하고 있는 고참 기자입니다. 1995년 입사 후에는 사회부, 정치부 기자로 잔뼈가 굵었고 사건팀의 리더인 '시경 캡'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특유의 돌파력과 폭넓은 취재로 보내오는 기업 내면의 깊은 이야기들이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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