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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상 사건' 15년 후… 끊이지않는 패륜범죄

한승구

입력 : 2009.05.11 09:25|수정 : 2009.05.1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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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말이 있습니다. 잔인의 극치는 대부분 사람 몫입니다. 부모 자식 간, 형제 자매 간의 끔찍한 패륜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가정의 달 5월이 무색합니다.

한승구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994년 5월, 서울 삼성동의 한 주택에서 집주인 박모 씨 부부가 온몸을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박씨는 약재상을 운영하던 1백억 원대 자산가였습니다.

일주일여 만에 붙잡힌 범인은 스물 세 살이던 피해자의 큰 아들 박한상.

도박에 빠진 자신을 나무라던 아버지에게 앙심을 품고,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부모님을 살해 한 게 사실입니까?]

[박한상 : 네, 맞습니다.]

전대미문의 잔혹함에 이후 박한상 사건은 패륜범죄의 대명사가 됐고, 비슷한 내용의 영화까지 만들어졌습니다.

박한상은 이듬해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입니다.

15년이 지난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지난 1일 충북 진천의 한 창고에서 유골 1구가 발견됐습니다.

4년전 실종된 박모 씨였습니다.

[이웃 : 그냥 집에 안 들어오나 싶었지, 이런 데서 죽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지.]

붙잡힌 피의자는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던 아들과 아들 친구 2명.

경찰은 이들이 박씨를 목졸라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암매장했다고 밝혔습니다.

[곽재표/충북 진천경찰서 수사과장 : (아버지가) 식칼도 소지하고 있었고, 식칼로 가지고 행패를 부리는 상태였기 때문에 아들이 친구들과 합세해서 제압하는 과정에서.]

전문가들은 부모를 상대로 하는 범죄의 경우, 1차적으로 자녀 양육 과정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진천 사건에서는 술에 취해 가출과 가정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범행 동기가 됐다는 분석입니다.

박한상은 진로 문제 등으로 아버지와 갈등의 골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에 대한 분노가 쌓였다가 특정한 사건을 계기로 폭발하면서 범죄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김미영/서울가정문제상담소 소장 : 늘 비난하고 질타하고 야단맞고 이렇게 자라는 거에요. 나는 늘 별 볼일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을 만들게 되요.그래서 뭐 난 원래 쓸모없는데 뭐 이런 짓을 해도 돼, 이렇게 된다는 거죠.]

이와 함께 전통적인 가족 개념의 변화, 경제난 등도 최근 패륜 범죄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지난 2월 서울 수서동.

시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려는 예순 살 며느리와 요양원에는 가지 않겠다는 여든 한 살 시어머니 간에 말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싸움은 점점 격해져 급기야 시어머니의 갈비뼈가 부러지고, 손가락 2개가 며느리에게 물려 절단됐습니다.

[이웃 :  (할머니가 원래)좀 아프지 않았나? 아픈 것 같았는데...휠체어타고 다니고 그랬었는데...지금 입원해 계신대. 신랑도 죽고 없고.]

며느리는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태입니다.

전문가들은 물론 며느리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인정합니다.

그러나 임대아파트에 살면서 낮에는 병수발 들고, 밤에는 일을 나가야 했던 며느리의 고통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부모나 시부모 부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곽대경/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 배금주의 그리고 철저한 자기중심주의같은 사회 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결국 가족의 윤리, 우리 사회에서 가정이 담당하던 그런 기능들이 붕괴되는 조짐이 나타나게 되는 거죠.]

우리 형법은 부모나 자녀 등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존속범죄로 따로 규정해 더 엄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2007년 한 해에만 친족 대상 범죄는 모두 2만 1천여 건으로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폭행이나 방화, 살인같은 강력범죄 비율은 70%를 넘었습니다.

패륜 범죄는 사건 당사자는 물론 다른 가족들에게도 치명적인 상처를 남깁니다.

가족이 무너지면 사회를 유지하는 근본이 흔들린다는 점에서 가족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