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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원 이광수는 거짓 친일, 실제는 독립 염원"

입력 : 2009.05.10 08:09

역사학자 김원모 교수 춘원 연구서 출간


춘원(春園) 이광수(李光洙.1892-1950)는 1940년 2월11일, 창씨개명제가 시행되기 시작한 바로 그날에 향산광랑(香山光郞)이라고 고친 새 이름을 호적계에 제출한다. 이른바 제1호 창씨개명자인 셈이다.

그는 또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제1호 피체포자라는 불명예 타이틀 소유자이기도 하다.

1948년 9월22일 반민족행위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해 법률 제3호로 공포됐다. 이에 따른 검거는 1월8일 시작됐는데, 이광수가 가장 먼저 체포된 것이다.

그 해 2월9일 반민특위 취조에서 이광수는 이렇게 항변한다.

"내가 친일한 것은 표면상 문제이고, 나는 나대로 친일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한 것이다. 내가 친일한 것은 부득이 민족을 위해 한 것이다"

이를 진정으로 받아들인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의 모든 이가 친일을 정당화하기 위한 궤변으로 여긴다.

그렇지만 원로 역사학자 김원모(金源模.75) 단국대 명예교수는 다르게 생각한다.

200자 원고지 5천600장, 신국판 판형 1천210쪽에 이르는 초대형 근간 학술연구서인 '영마루의 구름 - 춘원 이광수의 친일과 민족보존론'(단국대출판부 펴냄)에서 저자인 김 교수는 춘원의 이 말이 "친일을 정당화하기 위한 변명이 아니라 민족을 보존하기 위해 부득이 친일했다는 '진실된 고백'임을 밝혀 보려 한다"고 말한다.

춘원이 두 말이 필요없는 철저한 친일파로 이미 '낙인'이 찍힌 마당에 한국 근현대사, 특히 한미관계사에서 상당한 명망을 쌓은 노학자가 파문을 예고할 수도 있는 주장을 들고 나온 것이다.

김 교수는 춘원을 친일파 일변도로 모는 시각이나 생각을 "특정한 패러다임이나 권력으로 역사를 재해석"함으로써 "사실(史實)을 왜곡하는 모략사관"으로 간주하면서 "한 인물에 대한 편협한 대롱식 왜곡평가는 지양되어야 하며 이를 타파하기 위하여 실증사학적 중층분석이 절실히 요망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조선총독부 경무국 극비문서와 재판기록물을 통해" 춘원이 과연 "민족을 저버리고 골수 친일을 했는가? 아니면 민족보존을 위해 민족정신을 밀수입 포장해서 거짓 친일(내재직 민족운동)을 했는가? 이 두 가지 상반된 문제의 진위"를 밝히려 했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김 교수는 춘원이 "겉으로는 친일을 했지만 내면에서는 철저히 조선독립을 염원했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우선 저자는 춘원이 창씨개명한 '향산광랑'이 일본식 이름이란 주장을 부정했다. 이에 대해서는 일본 첫 임금이 즉위한 향구산(香久山)에서 '향산'(香山)이라는 씨(氏)를 따고, 광(光)은 광수(光洙), 랑(郞)은 일본식 이름 타로(太郞)에서 따 온 것으로 알려져왔다.

하지만 김 교수는 '광산향랑'은 창씨개명 실시 4년 전인 1936년에 이미 춘원이 사용하기 시작한 호이며, 더구나 향산은 단군조선의 창건한 묘향산(妙香山)에서, 光은 그의 이름에서, 그리고 郞은 영랑(永郞)이나 술랑(述郞)과 같은 신라 화랑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춘원이 결정적으로 '친일'로 돌아서게 된 계기는 익히 알려졌듯이 1937년에 발생한 동우회 사건임은 분명하지만, 그 이유는 일제의 압박에 굴복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신을 포함해 181명에 이르는 이 사건 구속ㆍ수감자와 다른 독립운동가들을 위험에서 구출하기 위함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에 의하면 동우회 사건으로 구속된 도산 안창호가 1938년 3월10일 순국한 데다, 춘원은 이 무렵 3만8천명에 이르는 '조선 사상범'들을 일제가 남경학살과 같은 수법으로 학살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는 것이다.

춘원은 이들을 살리기 위해 "자기 한 몸을 친일제단에 바치고 친일전선에 뛰어들었던 것"이며, 이것이 바로 반민특위에서 진술한 "친일하지 않을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라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같은 맥락에서 춘원이 동경까지 가서 조선학생들에게 학병으로 나갈 것을 강요하게 된 것도 "학병을 나가지 않으면 학병을 나가서 받는 것 이상의 고생을 할 것 같기에 나가라고 했다"는 춘원 자신의 발언에 김 교수는 신뢰를 보내고 있다.

춘원의 독립운동 관련 사료집인 '춘원의 광복론'과 함께 나온 김 교수의 이번 연구서를 학계나 일반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진다. (5만원)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