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심장부를 겨눴던 검찰 수사의 칼끝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통하는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 결정이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한 뒤 이번 주 안으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론 낼 방침이었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이 100만 달러의 사용처를 알려주겠다고 밝히면서 속도를 늦췄다.
검찰은 권양숙 여사가 빚을 갚는 데 썼다는 '100만 달러'의 사용처 내용을 넘겨받고 나서 권 여사를 다시 소환조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이 소환조사에서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혐의를 부인함에 따라 검찰로서는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이를 뒤집을 만한 증거를 최대한 수집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수사 대상이 전직 대통령인 데다가 국민적인 관심이 쏠린 대형 사건이다 보니 신속한 결정보다는 제대로 된 결론을 내리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것이다.
자칫 여론에 밀려 섣불리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했다가는 정치적 '역풍'을 맞아 조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안팎의 우려도 검찰이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내딛는 이유였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의 무게중심이 '살아있는 권력'으로 분류되는 천 회장 쪽으로 이동하면서 검찰은 부수적인 효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노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에 대한 관심과 해석이 분산됨으로써 '외풍'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수사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여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또 현 정권의 실세 인물을 본격적으로 겨냥하는 수사로 검찰은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면서 이전 정권에 대한 '편파·보복성 수사'라는 정치적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출구도 마련했다.
검찰 일각에선 대검 중수부의 마스터플랜이 이제야 조금이나마 제자리를 찾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7일 "애초 '박연차 게이트'는 현 여권까지 수사를 마무리하고 맨 마지막 순서가 노 전 대통령이었다"며 "예상치 못한 언론 보도로 이런 큰 그림이 헝클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방향타가 천 회장을 향하면서 노 전 대통령 측으로서도 반사이익을 보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의 '몰아치기식' 수사와 여론의 뭇매로 수세에 몰렸던 노 전 대통령 측이 반격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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